다가구 주택 중심으로 위험신호…"계약 시 등본 발급 받아 권리관계 확인해야"
[르포] "터지는 건 시간문제"…청주 전세 보증사고 불안 고조
"전세만 받겠다고 할 때부터 이상했어요…보통 그런 방식으로 거래하지 않거든요"
30일 충북 청주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 중인 A씨가 전세 사기가 발생한 다가구 주택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구축 빌라 사이 말끔하게 리모델링된 3층짜리 다가구 주택.
언뜻 보면 별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이 주택에 사는 세입자들은 전세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놓여있다.

A씨는 지난해 7월께 해당 주택 소유자라고 밝힌 인물로부터 전세 세입자를 구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다가구 주택은 임대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활용되는데 세대 전체를 전세 매물로 내놓겠다 해 중개 맡기가 꺼림직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시세차익을 기대했다면 개발 호재가 있는 아파트에 투자하지, 골목길에 있는 다가구주택을 매수하진 않는다"며 "건물 가치를 뻔히 아는데 주변 시세보다 2배 비싼 금액으로 전세 보증금을 책정한 것도 이해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보여 당시 중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건물 임대인은 세입자를 속여 전세보증금 약 19억원을 편취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주범 B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 송치하는 한편 공범 4명에게도 같은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송치했다.

B씨 등은 선순위 보증금 액수 등 권리관계를 허위로 고지하는 수법으로 임차인들을 속여 계약을 체결한 뒤 청주와 수원 등지에 주택을 늘려나갔다.

높은 수수료 등을 받고 이들 일당의 임대 거래를 도운 공인중개사 19명도 적발돼 검찰에 넘겨졌다.

[르포] "터지는 건 시간문제"…청주 전세 보증사고 불안 고조
전국적으로 전세 사기 피해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청주에서도 다가구 주택이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사기나 보증사고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감지된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주택자금 조달계획서(2020년~2022년 8월)를 보면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 80%를 넘긴 갭 투기 거래는 청주시가 전체 12만1천553건 중 5천390건을 차지했다.

전국에서 서울 강서구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집값 하락기에 전세가율이 높으면 전세 보증금이 집값을 추월하는 이른바 '깡통전세' 위험이 커져 세입자가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20년째 청주시 흥덕구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이 동네에도 대출이 많이 끼어있는데 거주하는 세대가 모두 전세로 들어가 있는 다가구 주택들이 있다"며 "한번은 세입자 한명이 만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직접 부동산을 다니며 임차인을 구한 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장은 조용하지만, 집값 상승세가 꺾인 상황이라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에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가 잇따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청주시 상당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동남지구 일대에 위험한 매물이 많아 다가구 주택은 거래하지 않고 있다"며 "등기부등본을 떼보면 융자 비율이 높거나 임차권등기명령(임대차 계약이 끝난 뒤에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해 임차권을 명시하는 장치)이 설정된 주택이 수두룩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윤창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충청북도지부장은 "집 계약할 때 등기부등본을 발급해 근저당이나 선순위보증금 등 권리관계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며 "아파트에 비해 집값 상승 폭이 작은 다가구 주택은 역전세 위험이 커 부동산 하락기엔 전세보다 월세로 계약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