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신임 하원의장, 바이든 우크라 지원안에 제동 시사
친러 헝가리·슬로바키아도 71조원 규모 EU 추가 지원에 반대
친트럼프·친러파 득세…서방의 우크라 군사지원 차질 빚을까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친트럼프 강경파와 친러시아 성향의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서방의 우크라 지원안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마이크 존슨 신임 미국 하원의장은 이날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분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 폭스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났으며 백악관 참모진에게 이같이 언급하고 "공화당 하원의원들 간 일치된 의견은 우리가 이러한 현안들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존슨 의장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지원안을 지지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존슨 의장은 내년 대선에 재집권 도전장을 던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인사로 평가된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다른 공화당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 입장을 드러내며 재집권하면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되찾지 못하더라도 바로 타협을 통한 종전을 추진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밝힌 바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의지를 표명해온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지원,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등을 포함한 1천50억달러(약 140조원) 규모의 안보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하고 승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공화당에서는 존슨 의장을 비롯한 친트럼프 강경파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한 대규모 지원은 불가하다는 기류가 돌고 있다.

친트럼프·친러파 득세…서방의 우크라 군사지원 차질 빚을까
미국과 함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이어온 유럽연합(EU)에서도 헝가리와 슬로바키아가 추가 지원에 반대하고 나섰다.

친러 성향의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신임 총리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500억 유로(약 71조4천억원) 규모 장기 지원 패키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르반 총리는 이 같은 지원안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타당한 안이 나올 때까지 추가적인 지원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초 총리도 우크라이나의 고질적인 부패 등을 이유로 추가 지원에 반대하면서 자국은 더 이상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지원하지 않을 것이며 인도적 지원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극우 성향의 오르반 총리는 그동안 EU가 러시아에 제재를 부과할 때마다 앞장서 제동을 걸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지난 17일 중국에서 열린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 포럼을 계기로 푸틴 대통령과 회동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금을 포함하는 EU의 2024~2027년 예산안이 통과되려면 27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한다.

EU의 재정·군사적 지원은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는 우크라이나의 20개월에 걸친 방어전에 결정적 도움이 돼왔다.

우크라이나는 작년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군사 지원을 받아 수도 함락을 피했다.

그 뒤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자국 동쪽으로 몰아낸 뒤 영토 탈환전을 지속하고 있으나 전세는 소모적인 교착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 대러시아 제재의 유탄을 맞는 동유럽 등의 우크라이나 지지 여론이 시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의 피로감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전쟁 장기화를 유리하게 여기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