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글로벌 브랜드 반스와 협업해 20∼21일 '반스 스테이션 신당'
'지하철 페스티벌'…유휴공간 DJ공연·스케이트 퍼포먼스·아트워크샵
"여기가 지하철역?"…주말에 신당역서 사람들이 춤춘 이유는
"꼭 페스티벌에 놀러 온 것 같아요!"
21일 오후 서울지하철 2·6호선 신당역은 평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공연장에서나 볼 수 있는 대형 미러볼이 역 출구에 설치돼 있는가 하면 어딘가에선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음악 소리에 어깨를 들썩이던 사람들은 햇빛이 반사되며 미러볼에서 사방으로 빛이 뿜어져 나오자 환호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지하철 역사는 스냅백 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 한 손에 스케이트보드를 든 사람부터 등산복 차림의 중년, 보라색 풍선을 쥔 아이까지 다양한 시민들로 북적였다.

도넛이나 멕시코 음식인 타코를 나눠 먹는 연인도 눈에 띄었다.

얼핏 봐도 곳곳이 축제의 한복판이었다.

"여기가 지하철역?"…주말에 신당역서 사람들이 춤춘 이유는
서울시는 20∼21일 서울지하철 2·6호선 신당역 유휴공간에서 글로벌 브랜드 반스와 협업해 '반스 스테이션 신당' 행사를 열었다.

서울 지하철 10호선 계획에 대비해 만들었으나 사용하지 않던 신당역 지하 통로 공간을 새롭게 단장해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음악 공연과 스케이터들의 퍼포먼스, 아트 워크숍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마련했다.

행사장 입구에서부터 늘어선 전문 DJ의 공연과 식·음료 판매 부스, 각종 체험 부스가 각각의 매력으로 행사를 찾아온 시민을 반겼다.

행사장 한편에서는 스테인드글라스를 활용해 키링을 만드는 체험 수업이 한창이었다.

참가자들은 전문 유리 공예가의 지도 아래 유리를 직접 자르고 있었다.

하트나 세모 등 원하는 모양대로 유리를 자른 뒤 그 위에 색을 입히는 것이라고 강사 중 한 명이 귀띔했다.

강사 최지원(24)씨는 "어제부터 하루에 세 차례씩 수업을 열고 있는데 이미 사전 예약으로 수강생이 꽉 찼다"며 "같은 지하철이지만 승강장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 지금 수업을 열고 있는 장소가 지하철역인 것을 순간순간 까먹는다"라고 말했다.

최 씨는 "어젠 오세훈 시장님도 오셔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며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여기가 지하철역?"…주말에 신당역서 사람들이 춤춘 이유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20일 오후 비공식 일정으로 행사장을 찾아 각종 체험 부스를 경험하고 시민들과 소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SNS엔 오 시장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며 누리꾼들이 올린 '인증샷'이 연달아 올라오기도 했다.

체험 부스를 지나 행사장 안쪽으로 들어가니 약 512㎡ 크기의 넓은 공간에 화려한 조명과 함께 스케이트보드를 탈 수 있는 점프대가 설치돼 있었다.

이곳에서 스무 명이 넘는 스케이트보더는 끊임없이 점프대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자신만의 개인기를 뽐냈다.

스케이트보드 데크와 바퀴가 내는 특유의 둔탁하고도 부드러운 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보드를 타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시도한 개인기에 실패하기도 했지만, 스케이트보더들은 모두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구경하던 100여명의 시민은 환호성과 휘파람으로 그들을 응원했다.

"여기가 지하철역?"…주말에 신당역서 사람들이 춤춘 이유는
스케이트보드 동호회에서 회원들과 함께 행사를 찾은 김시원(27)씨는 "유휴공간이라는 게 말 그대로 남는 공간이라는 건데 그런 공간을 활용해서 이런 행사를 마련했다는 게 기발한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사 관계자 A씨는 "밤에는 이 공간에서 해외 유명 DJ가 음악을 튼다"며 "전혀 다른 분위기로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을 반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몸을 맡기고 리듬을 타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한 외국인 관광객은 한 손에 타코를 든 채 춤을 추기도 했다.

친구와 반스 스테이션 신당을 찾은 임애린(32)씨는 "인스타그램에서 이런 행사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친구랑 놀 겸 구경할 겸 신당역을 찾았다"며 "구경하면서 간식도 사 먹다가 근처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밤에 다시 디제잉을 구경하러 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친구 이새임(32)씨는 "신당역 안에 이런 공간이 있는지 몰랐다"며 "잘 꾸며놓으니 웬만한 공연장 못지않다"는 소감을 밝혔다.

아이가 스케이트보드를 좋아해 온 가족과 함께 나들이 나왔다는 황시영(38)씨는 "지하 공간이어서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역무원과 안내 요원이 곳곳에서 질서를 유지해 아이와 안전하게 구경하고 있다"며 "가족과 요즘 유행하는 네 컷 사진도 찍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행사를 통해 신당역을 스포츠·예술·음악·거리문화가 결합한 새로운 공간으로 조성하고 지하철 역사 자체의 장소적 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신당동 일대는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힙당동'이라고 불리며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서울시는 신당역 유휴공간을 장기적으로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추진 방향을 정하고 최적의 활용방안을 찾기 위해 기본구상과 타당성 조사 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번 행사는 서울시가 서울교통공사와 함께 지난 1월 발표한 지하철 역사 혁신 프로젝트의 하나이기도 하다.

시와 공사는 주요 역에서 지하철 공간을 특색있게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엄(숙)·근(엄)·진(지)' 이미지의 도시를 다채로운 표정과 감성으로 채워 변모시킨다는 목표 아래 건축과 문화예술 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다.

젊은층이 좋아하는 캐주얼 브랜드 반스는 영국 런던에서도 도심의 오래된 워털루역을 스케이트보드와 연계한 새로운 방식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시킨 경험이 있다.

국내에 2013년 진출한 이후에는 각 지역의 문화 창작자들과 고유의 문화를 만들고 소개하는 '하우스 오브 반스'라는 이름의 글로벌 행사를 매년 열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