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경영권 분쟁 만호제강, 고의 상폐 의혹…개미들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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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돈 얹어 퇴출 수순 밟는 자진 상폐

부정 감추기 위해 고의 상폐…공개매수 생략
자진이나 고의든 상폐 시점서 회사 현황 확인 어려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진 상장폐지'와 '고의 상장폐지'는 큰 차이가 있다. 최근 만호제강이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갑작스럽게 상장폐지 위기에 휘말렸다. 만호제강 최대주주인 김상환 대표와 2대주주인 엠케이에셋 간 경영권 분쟁 와중에 상폐 이슈가 불거지면서 최대주주 측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고의적으로 상폐를 시도했단 의혹이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만호제강은 지난달 25일 외부감사인인 인덕회계법인으로부터 2022년 사업연도(2022년 7월1일~2023년 6월30일) 감사보고서에서 의견 거절을 받았다. 감사의견 거절의 배경은 분식회계 의혹이다.

만호제강은 회계 오류나 회계 부정과 관련한 내부감시기구 감사 결과를 회계법인 측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호제강이 감사의견 적정을 받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만호제강은 현재 2대주주인 엠케이에셋과 경영권 분쟁 중인데,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의도적으로 상폐 위기로 몰아갔다는 주장이다.

만약 만호제강이 상폐될 경우 엠케이에셋의 지분 확보 계획에도 차질이 생긴다. 애초 엠케이에셋은 만호제강 소액주주연대의 지분을 끌어올 계획이었으나 상폐될 경우 소액주주들이 뿔뿔이 흩어질 가능성이 높다. 2대주주 측의 지분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만호제강 경영진 입장에선 상장폐지가 되더라도 경영상 큰 문제가 없다. 무차입 경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 간섭 피하기 위해 자진 상폐

자진 상폐와 달리 고의 상폐는 제도상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한다. 회계감사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는 수법으로 일부러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뒤 회사를 상폐시키는 사례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회사의 부정을 감추거나 비상장사로 외부의 관섭 없이 회사를 운영하고 싶을 때 주로 활용된다. 코스닥시장에서 한계기업들이 활용하는 방식이다.

자진 상폐의 경우 대주주가 회사가 상장해서 얻는 이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할 때 선택한다. 규정상 대주주가 전체 주식의 95% 이상을 사들이면 시장에서 자진 상장폐지를 할 수 있다. 합법적으로 정산할 거 다 하고 스스로 시장에서 나가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SNK, 맘스터치, 오스템임플란트 등이 있다.

국내 1위 임플란트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 8월14일 자진해서 코스닥시장을 떠났다. 오스템임플란트는 2021년 말 2000억원 규모의 직원 횡령사건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뒤 경영권 분쟁까지 겪는 등 부침을 겪었다. 이후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이 지난 1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UCK파트너스 컨소시엄에 경영권을 매각하기에 이른다. PEF 컨소시엄은 최규옥 회장 보유 지분을 인수하는 한편 상장폐지를 위해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공개매수(주당 19만원)를 두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자진 상폐의 이유는 '신속한 의사결정'이다. 현재 대주주가 PEF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PEF는 미래 가치가 높거나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해 차익을 실현하는 것을 본질적 목표로 삼는다. 구조조정 등 다양한 조치를 통해 기업가치를 올린 뒤 매각하는 구조다. 자진 상폐 후 거액의 배당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한다. 비상장사로 전환되면 공시 의무도 사라진다. 여기에 소액주주 등 외부의 경영권 간섭도 피하게 된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고의 상폐'…자진 상폐와 다른 점은?

자진이나 고의든 상폐된 시점에서 회사의 자금이 어디로 갔는지 정확히 알긴 어렵다. 비상장사로 외부의 간섭 없이 경영진 입맛대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단 의미다. 부정을 감추기 위해 고의 상폐에 나서는 경우 직접 회사 장부를 확인하지 못하면 자금의 용도나 행방을 알기가 어렵다.

특히 고의 상장폐지는 시장에서도 최후의 수단으로 불린다. 부정을 저지르는 경영진 입장에서 상폐는 결국 자금조달의 창구가 막히기 때문이다. 상장사 신분을 유지할 땐 유상증자,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로 외부 자금을 쉽게 끌어온다. 하지만 상장폐지가 되면 결국 이러한 방법을 활용하기 어려워진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자진이나 고의와 상관없이 상폐된 시점에서 재무, 자금내역 등의 경영 상황을 외부에서 알기 쉽지 않다"면서도 "자진 상폐는 소액주주 주식을 공개적으로 사들이는 공개매수 과정이 있지만, 고의 상폐는 멀쩡했던 회사가 한순간에 문을 닫는 꼴"이라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