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만들어진 악마 캐릭터에 게임업계가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위메이드, 스마일게이트에 이어 넷마블도 자사 모바일 게임에 일본 콘텐츠 업체인 산리오의 캐릭터를 도입했다. 캐릭터를 좋아하는 MZ세대 여성 이용자를 겨냥해 게임업계가 콘텐츠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日 악마 캐릭터와 손잡는 韓 게임사들 왜?
넷마블은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인 ‘제2의 나라’의 배경을 산리오 캐릭터 콘셉트로 바꾸는 업데이트를 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이 게임이 외부 지식재산권(IP)과 협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넷마블은 이 게임 속에 산리오 캐릭터인 헬로키티, 마이멜로디, 쿠로미 등을 출연시켰다. 악마 콘셉트로 만들어진 캐릭터인 쿠로미는 이 게임 이용자들이 물리쳐야 할 적으로 등장한다.

게임계와 산리오가 손을 잡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넷마블은 지난 1월 캐주얼 게임인 ‘머지 쿵야아일랜드’에서도 마이멜로디, 쿠로미 등의 캐릭터를 선보였다. 7월엔 스마일게이트가 경주 게임 ‘테일즈런너’에, 이달 초에는 위메이드의 모바일게임 계열사인 위메이드커넥트가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에브리타운’에 이들 캐릭터를 도입했다. 이들 게임은 이용자가 자신의 캐릭터 콘텐츠를 산리오 캐릭터로 꾸밀 수 있도록 했다.

게임 곳곳에 산리오 캐릭터가 얼굴을 내밀게 된 것은 MZ세대에서 압도적인 인기 덕분이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특허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8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적발된 위조 상품 브랜드 상위 5개 중 3개가 산리오 캐릭터였다. 2위 마이멜로디, 4위 시나모롤, 5위 쿠로미 순이었다. ‘아이앱스튜디오’(1위) ‘발렌시아가’(3위) 등 의류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는 위조 상품 시장에서 이례적으로 캐릭터 브랜드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산리오는 1974년 선보인 헬로키티로 이름을 알린 회사다. 최근엔 디지털 시장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캐릭터를 온라인 콘텐츠로 개발하는 데 힘쏟고 있다. 지난해 말 넷플릭스와 협업해 이 회사 캐릭터를 소재로 한 모바일 게임을 출시한 게 대표적 사례다. 게임업계의 협업 대상이 된 쿠로미는 2005년, 마이멜로디는 1975년 탄생했다. 사람으로 치면 나이 50을 앞둔 캐릭터가 젊은 층 공략에 성공한 셈이다.

게임업계에선 캐릭터 기호에 민감한 여성 이용자를 겨냥한 프로모션 전략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모바일게임 이용자 성별 비중은 여성(51.2%)이 남성(48.8%)을 앞질렀다. 여성 비율이 절반을 넘은 건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