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를 이방인이라 부르네
[신간] 폴리매스
▲ 폴리매스 = 피터 버크 지음. 최이현 옮김.
폴리매스(Polymath)는 다방면에 뛰어난 지식을 가지고 여러 영역을 융합하거나 새로운 영역을 창시하며 한계를 거부하는 다재다능함 또는 그러한 사람을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사전적 의미와 저자가 내린 정의를 합친 말이다.

문화사학자인 저자는 그리스와 중세말을 포함한 15세기 이후 유럽과 아메리카대륙에서 분야를 넘나들었던 500명의 폴리매스를 선정하고 지식의 최전선에서 활약한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대명사격으로 손꼽히는 인물은 당연히 이탈리아 출신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화가, 건축가, 조각가, 음악가였을 뿐만 아니라 지리학, 기호학, 공학, 식물학, 동물학, 지질학 등 다방면에 걸쳐 그의 연구 손길이 뻗치지 않은 곳이 없다.

해부학을 공부해 동맥경화증을 최초로 연구하고 심장 대동맥 판막의 기능을 발견한 것도 큰 업적으로 평가된다.

그런 다빈치도 실제 전형적인 르네상스인은 아니고 인문학 교육도 제대로 못 받았다고 한다.

'배우지 못한 사람'으로 자신의 노트에 스스로를 표현한 그는 대부분 독학했고 글보다는 경험에서 지식을 얻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했다고 저자는 서술한다.

[신간] 폴리매스
폴리매스의 위대한 업적을 보면 찬사와 박수 속에 살았을 것 같지만, 세인들의 무지와 반목 속에서 초라한 인생을 경험한 이도 적지 않았다.

로마 시대의 피타고라스는 협잡꾼으로 비난받았고, 프랑스의 수학자 파스칼은 책이나 교사의 도움 없이 기하학을 재발견한 외로운 천재였으며, 다빈치는 젊었을 때 궁중 음악사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지식의 반감기, 즉 진실로 여겨진 것에 대한 오류가 발견돼 새로운 지식이 등장하면서 기존 지식의 유용성이 절반으로 감소하는 기간이 점차 짧아지고, 인터넷의 메시지 과잉으로 정보가 지식으로 변환하는 과정이 방해되고 문화잡지마저 종적을 감추는 시대에 폴리매스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만능인'이다.

모든 것을 연결할 수 있는 한 사람이 열 명 이상의 몫을 할 수 있다"
저자는 독일의 철학자 라이프니츠가 한 말로 폴리매스가 계속 존재해야 할 이유를 대신한다.

예문아카이브.448쪽.
[신간] 폴리매스
▲ 당신은 나를 이방인이라 부르네 = 고기복 고태은 김나연 김선향 김애화 리온소연 명숙 반수연 부희령 송경동 시야 안미선 오시은 우삼열 우춘희 이경란 이란주 이수경 정윤영 정은주 홍주민 희정 지음.
캄보디아에서 온 20대 여성 니몰은 무더운 여름 아침 6시 30분에 일을 시작해 10시간 동안 깻잎 1만5천장을 따야 한다.

깻잎 1천장이 들어가는 상자 1개를 채우면 4천원. 15상자를 만들면 빠듯한 최저임금이다.

농촌 비닐하우스에서 상추를 수확하던 다른 캄보디아 여성 로타는 사장에게 들킬까 봐 아픈 배를 움켜쥐고 몇 달을 일하다가 난소암 종양이 발견됐으나 수술로 겨우 한쪽 난소를 살릴 수 있었다.

22명의 작가와 목사, 인권운동가 등 각계 인사들이 직접 만나서 듣고 경험한 이주민의 애환을 들려준다.

책은 '한국에 사는 이주민들의 생존보고서'라는 부제를 달았다.

고통받고 소외된 이주민들의 처절한 삶을 고발한다.

정부의 외국인 인력 수급 정책은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적일 뿐 이주자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왔는지, 꿈꾸는 미래가 무엇인지 관심 없다고 책은 꼬집는다.

전체 인구의 4%에 해당하는 이들로부터 세금은 가져가되 복지 체계에서 배제하고, 지원이 필요할 때는 외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사회가 이들을 칭하는 가장 일반적인 말인 '다문화'는 결핍과 가난을 전제한 편견의 단어가 돼 아이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다고 한 저자는 말한다.

후마니타스.360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