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평가, 9등급서 '5등급'으로 개편…고교학점제 의미는 퇴색 우려
'논·서술형 평가' 도입 위해 교사 역량 강화
[2028대입] '성적 부풀리기' 우려에 내신 절대평가도 '유보'
현 중학교 2학년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5년부터 내신 체제가 지금의 9등급 상대평가에서 5등급 상대평가로 바뀐다.

당초 정부는 2025년부터 고1은 상대평가를 유지하되 2∼3학년은 전면 절대평가를 도입하기로 했으나, '성적 부풀리기' 우려에 한발 물러섰다.

대신 소모적인 내신 경쟁을 줄이고자 내신 등급 개수를 9개에서 5개로 줄이기로 했다.

1등급 구간은 상위 4%에서 상위 10%로 확대된다.

[2028대입] '성적 부풀리기' 우려에 내신 절대평가도 '유보'
◇ 지금도 자퇴하는 고1 늘어나는데…고2·3 절대평가하면 더 늘어날 우려
교육부가 10일 공개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에 따르면 2025년부터 고교 내신 평가는 고 1·2·3학년, 전 과목(예체능 등 제외) 동일하게 절대평가를 하면서 상대평가 등급을 함께 기재하는 방식으로 시행된다.

각 과목의 원점수 성취도에 따라 A∼E로 점수를 부여하는 절대평가와 함께, 석차를 토대로 한 상대평가가 함께 시행된다는 의미다.

상대평가는 현행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개편된다.

1등급은 상위 10%, 2등급은 24%(누적 34%), 3등급은 32%(누적 66%), 4등급은 24%(누적 90%), 5등급은 10%(누적 100%)로 등급이 나뉜다.

이에 따라 현재 9등급 상대평가 체제(1등급 상위 4%)보다 1등급 구간이 6%포인트 확대된다.

앞서 2021년 2월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고1이 주로 배우는 공통과목은 현재와 같이 상대평가를 유지하고, 2∼3학년 선택과목은 전면 성취평가(절대평가)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발표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에서도 이 방침은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4개월 만에 결정이 뒤집혔다.

고1은 물론 2∼3학년에도 절대평가와 함께 5등급 상대평가가 도입된다
[2028대입] '성적 부풀리기' 우려에 내신 절대평가도 '유보'
절대평가 도입으로 '성적 부풀리기'가 나타날 경우 내신 변별력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 '안전장치'인 상대평가를 포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고1과 고2∼3 내신 체제가 다를 경우 고1 내신의 중요성이 과도해지는 것도 교육부로선 고민되는 지점이다.

고1 내신이 불만족스러울 경우 2∼3학년에 만회가 쉽지 않아 수업 참여 동기를 잃을 수 있고, 이에 따라 이미 증가세인 고1 학업 중단이 늘어나고 사교육비가 가파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반고 기준 고1의 학업 중단율은 2020년 1.5%에서 2022년 2.3%로 커졌다.

검정고시생의 수능 응시 비율 역시 2019학년도 1.9%에서 2024학년도 3.6%로 상승했다.

지금도 고1 내신을 망친 학생이 일찌감치 자퇴하고 이듬해 4월 검정고시를 통과한 뒤 수능에 응시하는 사례가 점차 많아지는데, 고2·3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이 경향이 더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다.

[2028대입] '성적 부풀리기' 우려에 내신 절대평가도 '유보'
◇ 학생 감소에 전국 43개교 1등급 '0명'…5등급제로 '과잉경쟁 해소'
상대평가 체제를 9등급에서 5등급으로 개편한 것은 소모적인 내신 경쟁을 줄여보겠다는 취지다.

세계적으로도 내신 등급을 9등급으로 잘게 쪼갠 국가는 없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은 5등급제, 영국은 6등급 절대평가를 시행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1등급 인원이 점점 줄어들면서 학생들이 피 말리는 내신 경쟁으로 몰리고 있다는 지적도 반영했다.

학생 수가 적어 1등급이 나오지 않는 농어촌 소규모 학교와 적성·흥미로 선택한 소수 수강 과목은 원천적으로 내신이 불리하다는 이유로, 9등급제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계속해서 제기됐다.

이미 올해 기준으로 전국 43개 고교에서는 학생 수 부족으로 1등급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절대평가 보류로 일단 학교 현장의 큰 혼란은 방지했다는 평이 나온다.

실제로 교육부가 지난달 학부모 11명을 대상으로 집단 심층 면접을 한 결과 학부모 상당수가 절대평가 도입에 대해 학력 저하, 내신 부풀리기 등을 우려했다.

지난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일선 고교에서 부분 시행 중인 내신 절대평가를 모니터링한 결과 최상위인 A등급 비율은 외고의 경우 평균 48%, 과학고의 경우 59%에 달하는 등 실제 부풀리기가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상적인 분포를 추정할 경우 최상위 등급은 10%가 적정한 수준이다.

다만 절대평가 전면 도입이 보류되면서 고교학점제가 현장에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나 흥미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기보다는, 내신 성적을 따기 쉬운 과목을 골라 수업을 들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학생들 입장에선 비인기, 소수 수강 과목을 선택할 메리트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8대입] '성적 부풀리기' 우려에 내신 절대평가도 '유보'
◇ 평가 역량 높은 교원 3천명 육성…'1인 1고교' 책임제
교육부는 전 세계적 흐름, 미래 교육 변화에 맞춰 장기적으로는 고교 내신은 절대평가로 이행하고, 논·서술형 평가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논·서술형 평가는 지식 암기 위주 오지선다형보다 학생의 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어 미래 사회 인재를 기르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위해 교사들의 평가 역량 강화를 지원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우선 내년 상반기까지 표준화된 '국가 수준 평가 기준'을 보급한다.

교육과정 과목별로 구체적인 성취 수준 도달 정도를 제시해 절대평가의 신뢰도를 높인다.

논·서술형 문항만으로도 내신 평가가 가능하도록 내년 중으로 '학교생활 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도 개정한다.

국가·시도 평가관리센터를 중심으로 고교의 평가 현황을 점검하고, 평가역량 강화를 위한 자료도 보급한다.

연수 등을 통해 논·서술형 평가에 전문성이 높은 핵심·선도 교원 3천여명을 육성하고, 이들이 1인당 1 고교를 맡도록 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