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인 지난달 30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이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영화 관람객은 국내 영화산업 발전 명목으로 입장권 가액의 3%를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정부가 공익사업 재원 충당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시대에 뒤떨어진 부담금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1
추석 연휴인 지난달 30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이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영화 관람객은 국내 영화산업 발전 명목으로 입장권 가액의 3%를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정부가 공익사업 재원 충당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시대에 뒤떨어진 부담금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1
정부가 내년에 국민과 기업들로부터 준(準)조세 성격의 법정부담금을 24조6157억원 징수할 계획이다. 역대 최대 규모다. 부담금은 세금이 아니지만 특정 공익사업과 연계해 법률에 따라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돈이다. 하지만 정부가 공익사업 재원 충당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여권 발급이나 영화 관람 때도 일반 국민에게서 부담금을 걷는 등 시대에 뒤떨어진 부담금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 모르게 떼는 부담금 24조 '역대 최대'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에 18개 부처에서 운용하는 91개의 부담금을 통해 24조6157억원을 징수할 계획이다. 올해 징수 목표치(21조8433억원) 대비 2조7724억원(12.7%) 늘어날 전망이다. 1961년 부담금을 처음 부과한 뒤 역대 최대 규모다.

내년에 부과하는 91개 부담금 중 올해보다 징수액이 늘어나는 것은 61.5%인 56개다. 징수액이 줄어드는 것은 22.0%인 20개에 불과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에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이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올해보다 1조879억원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을 걷을 때 국민에게 3.7%씩 추가 징수하는 전력기금은 올해 2조1149억원에서 내년 3조2028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재정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공익사업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1961년 도입한 부담금은 2016년부터 90개를 유지하고 있다. 내년엔 여객자동차운송시장 안정기여금이 신설돼 91개로 늘어난다. 타다 등의 택시 플랫폼을 운영하려면 운송사업자는 매출의 5%를 정부에 내야 한다.

감사원과 경제계의 잇단 폐지 요구에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금을 쌈짓돈처럼 쓰기 위해 구조조정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원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장은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도는 저성장 구조에서 부담금이 민간 경제활동을 저해하지 않도록 부담금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