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연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올 들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는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대외 여건을 반영해 추가 금리 인상 의지를 명확히 밝혀 외환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한은에 따르면 이달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오는 19일 열린다. 일단 이번 금통위는 매파(긴축 선호)적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은은 지난 1월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연 3.5%로 올린 뒤 8월까지 5회 연속 동결했다.

관건은 Fed의 연내 추가 금리 인상 여부다. 시장에선 Fed가 11월이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만약 Fed가 현재 연 5.25~5.5%인 기준금리를 한 차례만 더 올려도 이미 2%포인트로 사상 최대인 한·미 간 금리 역전폭은 2.25%포인트 이상으로 확대된다. 이 경우 외자 유출 압력이 커지게 된다. 8월 외국인 증권(주식+채권) 투자 자금은 17억달러 순유출되면서 지난해 12월(-24억2000만달러) 후 최대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Fed가 다음달 1일 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한은도 올해 마지막으로 같은 달 30일 여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검토할 전망이다. 이날 시카고선물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11월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28.1%, 12월에 인상할 가능성은 45.2%로 집계됐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려도 한국은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 때문에 외환시장이 불안해지고 있다”며 “한은이 추가 인상 가능성을 명확히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지침)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