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금메달 김관우 "40대도 하니까 되던데요?"
40대 남성이라면 누구나 오락실에 100원 을 넣고 '스트리트 파이터 2'를 즐기던 시절이 있다.

저마다의 이유로 격투 게임은 삶에서 멀어져간다.

한 판에 100원이 200원으로 올라서, 아버지의 몽둥이찜질이 무서워서, 이제는 스타크래프트가 더 재미있어서, 대학생이 돼서, 취업을 해서, 결혼을 해서….
하지만 김관우는 마흔넷이 될 때까지, 36년 동안 격투 게임만 열심히 했다.

그러더니 중국 항저우에 국가대표 선수로 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관우는 28일 항저우 e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스트리트 파이터 V 결승에서 대만의 샹여우린을 세트 점수 4-3으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e스포츠는 이번 대회를 통해 처음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됐다.

김관우는 한국 e스포츠 사상 첫 종합대회 챔피언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당당히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으로 들어선 김관우는 "게임을 왜 하겠나.

재미있으려고 한다.

오늘도 재미있었다"며 붉게 충혈된 눈으로 씩 웃었다.

김관우는 그저 평범한 게이머였다.

어릴 적 담임 선생님한테, 부모님께 혼나면서도 오락실을 드나들며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를 했다.

고수이다 보니 '무서운 동네 형들'한테 맞을 뻔한 적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아시안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금메달 김관우 "40대도 하니까 되던데요?"
격투 게임의 원초적인 매력이 좋아 어른이 돼서도 계속했다고 한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그는 3년 전쯤에야 회사를 그만두고 게임 스트리머로 나서며 사실상의 '전업 프로 게이머'가 됐다.

김관우는 "젊은 친구들은 잘 모르겠지만, 저 어렸을 때 오릭실은 절대 금기였다.

학교에서 끌려가서 선생님께 혼나고, 부모님도 엄청나게 싫어하셨다"고 돌아봤다.

이어 "결국 부모님은 '너 하고 싶은 거 하라'며 포기하셨는데, 오늘은 금메달 땄으니까 기뻐하실 것 같다"며 웃었다.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는 역사가 36년이나 되는 대표 격투 게임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현재 격투 게임이 대중적으로 인기가 아주 높지는 않다.

젊은 층은 대부분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 열광한다.

그래서 격투 게임계 고수들의 세계는 좁다.

'고인 물'이라는 표현이 가장 먼저 쓰이게 된 분야 중 하나가 바로 격투 게임계다.

격투 게임 중에서도 스트리트 파이터 유저들은 대부분 어릴 적부터 이 시리즈를 즐겨온 30~40대다.

[아시안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금메달 김관우 "40대도 하니까 되던데요?"
고수들은 김관우의 스파링 파트너가 돼 달라는 강성훈 대표팀 감독의 요청에, 한달음에 달려왔다고 한다.

지방에 거주해 사정상 서울로 올 수 없는 고수들은 한국e스포츠협회(KeSPA)의 도움으로 '온라인 스파링'을 펼쳤다고 한다.

강 감독은 김관우의 이번 금메달을 "한국 스트리트 파이터계의 '원기옥'"이라고 표현했다.

김관우의 금메달 획득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한국 e스포츠 첫 금메달은 페이커를 앞세운 LoL 대표팀이 따낼 것으로 기대됐다.

김관우도 "지난해 스트리트 파이터 최고 권위 대회인 캡콤컵에서 한국 지역 우승을 했을 때가 내 정점이라고 생각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과연 내가 더 발전할 수 있을까에 대해 스스로 의심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관우는 다른 고수들의 도움에 힘입어 길게는 10시간까지 맹훈련하며 기량을 갈고닦았고, 결국 한계를 넘어섰다.

김관우는 "'나는 끝나지 않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도 계속 싸워나갈 것이다…' 금메달이 확정된 뒤 이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관우는 지금까지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최고령 금메달리스트다.

많은 40대 남성들이 이날 그의 플레이를 보며 기분 좋은 '자극'을 받았을 터다.

"이제 우리 뭐 좀 하려고 하면 잘 안되고, 머릿속에서는 되는데 손은 잘 안 움직이잖아요.

그래도 연습했더니 옛날 실력을 되찾을 수 있겠더라고요.

더 열정적으로 연습하고 자신감을 가지면, 우리 모두 저처럼 금메달 딸 수 있습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