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허문 역사적 공간…재건 작업 마치고 전시실·도서실로 꾸며
근대 외교 역사를 한눈에…한국 화가의 첫 미국 풍경화도 선보여
'대한제국 영빈관' 100년 만에 손님 맞는다…돈덕전 내일 개관(종합)
100년 전 대한제국의 외교 무대를 꿈꾼 덕수궁 돈덕전(惇德殿)이 다시 문을 열고 손님을 맞는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26일 오전 9시부터 돈덕전을 개관한다고 25일 밝혔다.

돈덕전은 덕수궁 석조전 뒤쪽에 있는 서양식 2층 건물이다.

대한제국 당시 고종(재위 1863∼1907)이 즉위 40주년을 축하하는 기념 행사장으로 사용하고자 1902∼1903년 지은 뒤, 외교를 위한 교류 공간 및 영빈관 등으로 쓰였다.

'대한제국 영빈관' 100년 만에 손님 맞는다…돈덕전 내일 개관(종합)
현재 남아있는 기록 등에 따르면 돈덕전은 외관을 프랑스 파리에서 유행한 건축 양식을 따랐다.

내부 접견실은 황제를 상징하는 황금색 커튼, 벽지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1920년대 들어서면서 거의 쓰이지 않다가 일제에 의해 헐린 것으로 전한다.

2017년 발굴조사를 시작으로 약 6년 만에 완성한 돈덕전은 복원보다는 재건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한제국 외교의 중심 공간이었던 역사적 의미를 살리면서도 내부 공간을 전시실과 도서 자료실, 문화·예술 행사 공간으로 꾸며 활용도를 높인 점이 특징이다.

'대한제국 영빈관' 100년 만에 손님 맞는다…돈덕전 내일 개관(종합)
붉은 벽돌과 푸른 빛의 창틀이 어우러진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관람객들은 100년 전 대한제국과 만날 수 있다.

고종의 즉위 40주년 행사 등을 표현한 실감형 영상이 1층 전시장에서 펼쳐진다.

본격적인 전시는 2층에서 볼 수 있다.

대한제국 당시 서울 풍경과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주요 인물을 담은 디지털 액자를 지나면 '100년의 기억, 그리고 미래 100년의 꿈'을 다룬 공간이 나타난다.

총 5개 부분으로 구성된 전시는 1876년 일본과 국제법적 조약을 체결한 이후 미국, 독일, 영국, 덴마크 등 여러 나라와 외교 관계를 맺는 과정을 소개하고 주요 사건을 짚는다.

'대한제국 영빈관' 100년 만에 손님 맞는다…돈덕전 내일 개관(종합)
박상규 학예연구사는 이날 열린 언론 공개회에서 "돈덕전은 대한제국 시기 당시 국제 교류의 중심이자 절실한 마음으로 자주독립과 외교를 꿈꾼 공간"이라고 말했다.

박 학예연구사는 "100년 전 대한제국이 펼쳤던 근대 외교를 돌아보면서 그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게 전시 의도이자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초대 주미 전권공사를 지낸 박정양(1841∼1905), 대한제국의 마지막 영국 주재 외교관 이한응 (1874∼1905) 등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외교관들의 삶과 활동도 조명한다.

'대한제국 영빈관' 100년 만에 손님 맞는다…돈덕전 내일 개관(종합)
2층에서는 20세기 초 서양의 살롱을 본떠 만든 듯한 아카이브실(자료실)도 이용할 수 있다.

새로 문을 연 돈덕전에서는 100년 전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유물도 눈여겨볼 만하다.

초대 주미공사관 수행원이자 서화가였던 강진희(1851∼1919)가 그린 '화차분별도'(火車分別圖)는 한국인 화가가 처음으로 미국 풍경을 그린 작품으로 유명하다.

일장기 위에 태극의 청색 부분과 4괘를 검은색 먹물로 덧칠해 항일 독립 의지와 애국심을 강렬하게 표현한다는 평가를 받는 보물 '서울 진관사 태극기'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대한제국 영빈관' 100년 만에 손님 맞는다…돈덕전 내일 개관(종합)
다만, 진관사 태극기는 일반 관람 첫날인 26일에만 공개한 뒤 이후 복제품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박 학예연구사는 석조전, 중명전 등 덕수궁 내 다른 건물과의 차별점과 관련, "돈덕전은 대한제국 외교 전반을 다루면서 문화유산으로서의 활용도를 극대화한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재청은 이날 오후 개관 기념행사를 열었다.

권점수 덕수궁관리소장은 "100년 만에 재건된 돈덕전이 앞으로 문화 교류와 공공 외교의 플랫폼(공간)으로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한제국 영빈관' 100년 만에 손님 맞는다…돈덕전 내일 개관(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