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장르·플랫폼 다변화 시도하는 한국 게임업계 숙제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기술력 뛰어나도 완성도 부족이 성공 발목 잡아…낮은 IP 인지도 극복해야
모바일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 중심으로 돌아가던 한국 게임 업계에 대형 게임사 중심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 게임의 미개척지나 다름없던 거치형 콘솔과 휴대용 게임기 플랫폼으로 신작 게임을 내놓고, 북미·유럽 시장의 인기 장르 트렌드를 따라 하며 '탈아입구'를 노리고 있다.
세계 4위 게임시장 규모에도 불구하고 서구권에서는 말석에 있던 한국 게임 업계가 새롭게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고민해야 할 과제가 많다.
◇ 그래픽이 다가 아니다…좋은 이용자 경험·완성도가 중요
국내 주요 게임사의 기술력 자체는 이미 서구권이나 일본 업체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문제는 최신 기술을 사용하고도 미흡한 완성도가 발목을 잡으며 실패하는 경우가 잦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12월 나온 크래프톤의 SF(공상과학) 호러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이다.
전반적인 개발의 키는 북미 자회사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SDS)가 쥐고 있었지만, 크래프톤 본사 소속 엔지니어와 아티스트, 사업 담당자들도 제작 과정에 상당수 참가한 야심작이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발매 당시 언리얼 엔진 4와 다이렉트엑스(DX) 12의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그래픽·음향 기술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완벽에 가까웠던 이 게임은 흥행에 실패했다.
게임의 콘텐츠는 7∼8시간이면 엔딩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빈약했고, 시스템도 반복적이고 개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고사양 PC에서 게임이 툭툭 끊기는 최적화도 문제였다.
결국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출시 한 달간 목표 판매량 500만 장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넥슨이 올해 초 내놓은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도 기술적으로는 완성도 높은 게임이었다.
전 세계 게임 업계를 통틀어도 보기 드문 PC·콘솔·모바일 플랫폼 간의 교차 플레이를 지원했고, 그래픽 수준도 저사양 기기에서의 최적화와 시각적인 만족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하지만 정작 게임 자체는 부족한 콘텐츠 때문에 혹평받았고, 운영진은 기존 '카트라이더' 이용자와 신규 이용자들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패치 기조를 보였다.
결국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초기 유입된 이용자들이 빠르게 이탈하며 어느 플랫폼에서도 흥행하지 못한 게임이 됐다.
엔씨소프트의 야심작 '쓰론 앤 리버티(TL)'는 오는 12월 국내 출시를 앞두고 베타 테스트 단계에서 예상외의 혹평을 받자 게임의 개발 기조를 크게 바꿨다.
TL은 엔씨소프트가 모바일 '리니지' 3부작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PC·콘솔 플랫폼 중심의 MMORPG로 해외에서도 주목받았지만, 정작 베타 테스트에서 보여준 게임성은 모바일 게임 같은 정적인 조작감과 자동사냥이 중심이 된 모습이었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최근 북미 테스트를 앞두고 TL의 시스템을 전면 개편, 자동 사냥 기능을 없애고 공격과 방어를 이동하면서 수행하는 역동적인 방향으로 게임을 수정했다.
◇ 서구서 약한 IP 경쟁력 어떻게 극복할까
서구권 콘솔 시장을 공략하는 한국 게임업계의 약점 중 하나는 지식재산(IP), 즉 게임 브랜드 자체의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에도 서비스한 지 10년∼20년 된 게임 IP가 있지만 국내와 아시아권 시장에서만 인지도가 높고, 북미·유럽권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콘솔 게임 시장은 대규모의 인력과 자본을 투입한 이른바 '트리플A'급 게임 타이틀이 주도하고 있다.
개성 있는 캐릭터와 세계관을 한번 잘 갖추고 나면, 이를 다음부터도 활용해 후속작이나 스핀오프 작품을 내놓으며 연속 흥행하는 경우가 잦다.
게임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액티비전 블리자드나 닌텐도 같은 글로벌 대형 게임사도 신규 IP 기반의 게임을 내놓는 것은 언제나 큰 모험이다.
한 국내 게임 기획자는 "참신한 기획 자체는 어느 회사나 한둘씩은 갖고 있지만, 그걸 실제로 만들어 흥행시키는 건 별개의 문제"라며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업계 스스로 노하우를 갖춰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해외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한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은 신규 IP로 제작사의 역량을 각인시킨 좋은 사례다.
넥슨의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이 지난 6월 출시한 '데이브 더 다이버'는 해양 탐험과 초밥집 경영을 결합한 참신한 게임성으로 지난 7월 누적 판매량 100만 장을 넘었다.
넥슨은 최근 유튜브를 통해 '데이브 더 다이버'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의 90% 이상이라고 밝혔다.
네오위즈가 지난 19일 정식 출시한 액션 게임 'P의 거짓'도 높아진 시장 기대치만큼의 판매 실적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게임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순항하고 있다.
추가 스토리를 다룬 DLC(다운로드 가능 콘텐츠) 제작도 본편의 쿠키 영상을 통해 암시한 상태다.
안정적인 수익원이 있는 대형 게임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북미·유럽 콘솔 시장 도전의 성공 여부는 향후 국내 게임업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연합뉴스
한국 게임의 미개척지나 다름없던 거치형 콘솔과 휴대용 게임기 플랫폼으로 신작 게임을 내놓고, 북미·유럽 시장의 인기 장르 트렌드를 따라 하며 '탈아입구'를 노리고 있다.
세계 4위 게임시장 규모에도 불구하고 서구권에서는 말석에 있던 한국 게임 업계가 새롭게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고민해야 할 과제가 많다.
◇ 그래픽이 다가 아니다…좋은 이용자 경험·완성도가 중요
국내 주요 게임사의 기술력 자체는 이미 서구권이나 일본 업체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문제는 최신 기술을 사용하고도 미흡한 완성도가 발목을 잡으며 실패하는 경우가 잦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12월 나온 크래프톤의 SF(공상과학) 호러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이다.
전반적인 개발의 키는 북미 자회사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SDS)가 쥐고 있었지만, 크래프톤 본사 소속 엔지니어와 아티스트, 사업 담당자들도 제작 과정에 상당수 참가한 야심작이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발매 당시 언리얼 엔진 4와 다이렉트엑스(DX) 12의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그래픽·음향 기술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완벽에 가까웠던 이 게임은 흥행에 실패했다.
게임의 콘텐츠는 7∼8시간이면 엔딩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빈약했고, 시스템도 반복적이고 개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고사양 PC에서 게임이 툭툭 끊기는 최적화도 문제였다.
결국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출시 한 달간 목표 판매량 500만 장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넥슨이 올해 초 내놓은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도 기술적으로는 완성도 높은 게임이었다.
전 세계 게임 업계를 통틀어도 보기 드문 PC·콘솔·모바일 플랫폼 간의 교차 플레이를 지원했고, 그래픽 수준도 저사양 기기에서의 최적화와 시각적인 만족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하지만 정작 게임 자체는 부족한 콘텐츠 때문에 혹평받았고, 운영진은 기존 '카트라이더' 이용자와 신규 이용자들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패치 기조를 보였다.
결국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초기 유입된 이용자들이 빠르게 이탈하며 어느 플랫폼에서도 흥행하지 못한 게임이 됐다.
엔씨소프트의 야심작 '쓰론 앤 리버티(TL)'는 오는 12월 국내 출시를 앞두고 베타 테스트 단계에서 예상외의 혹평을 받자 게임의 개발 기조를 크게 바꿨다.
TL은 엔씨소프트가 모바일 '리니지' 3부작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PC·콘솔 플랫폼 중심의 MMORPG로 해외에서도 주목받았지만, 정작 베타 테스트에서 보여준 게임성은 모바일 게임 같은 정적인 조작감과 자동사냥이 중심이 된 모습이었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최근 북미 테스트를 앞두고 TL의 시스템을 전면 개편, 자동 사냥 기능을 없애고 공격과 방어를 이동하면서 수행하는 역동적인 방향으로 게임을 수정했다.
◇ 서구서 약한 IP 경쟁력 어떻게 극복할까
서구권 콘솔 시장을 공략하는 한국 게임업계의 약점 중 하나는 지식재산(IP), 즉 게임 브랜드 자체의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에도 서비스한 지 10년∼20년 된 게임 IP가 있지만 국내와 아시아권 시장에서만 인지도가 높고, 북미·유럽권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콘솔 게임 시장은 대규모의 인력과 자본을 투입한 이른바 '트리플A'급 게임 타이틀이 주도하고 있다.
개성 있는 캐릭터와 세계관을 한번 잘 갖추고 나면, 이를 다음부터도 활용해 후속작이나 스핀오프 작품을 내놓으며 연속 흥행하는 경우가 잦다.
게임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액티비전 블리자드나 닌텐도 같은 글로벌 대형 게임사도 신규 IP 기반의 게임을 내놓는 것은 언제나 큰 모험이다.
한 국내 게임 기획자는 "참신한 기획 자체는 어느 회사나 한둘씩은 갖고 있지만, 그걸 실제로 만들어 흥행시키는 건 별개의 문제"라며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업계 스스로 노하우를 갖춰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해외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한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은 신규 IP로 제작사의 역량을 각인시킨 좋은 사례다.
넥슨의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이 지난 6월 출시한 '데이브 더 다이버'는 해양 탐험과 초밥집 경영을 결합한 참신한 게임성으로 지난 7월 누적 판매량 100만 장을 넘었다.
넥슨은 최근 유튜브를 통해 '데이브 더 다이버'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의 90% 이상이라고 밝혔다.
네오위즈가 지난 19일 정식 출시한 액션 게임 'P의 거짓'도 높아진 시장 기대치만큼의 판매 실적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게임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순항하고 있다.
추가 스토리를 다룬 DLC(다운로드 가능 콘텐츠) 제작도 본편의 쿠키 영상을 통해 암시한 상태다.
안정적인 수익원이 있는 대형 게임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북미·유럽 콘솔 시장 도전의 성공 여부는 향후 국내 게임업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