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1주기 시위 탄압…이란대통령, 유엔총장에 "가짜뉴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총회에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연설을 시작하자 좌석에서 일어났다.
에르단 대사는 마흐사 아미니의 사진과 "이란 여성에게 당장 자유가 마땅하다"라는 글이 새겨진 플래카드를 들고 연단에 다가섰다.
아미니는 작년 9월 이란에서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이 보인다는 이유로 이란 도덕경찰에 끌려간 뒤 숨졌다.
그 직후 이란에서는 경찰이 아미니를 때려죽이고 사인을 숨긴다는 의혹 속에 여성 기본권 보장을 외치는 반정부시위가 들불처럼 번졌다.
에르단 대사는 이날 기습시위 뒤 유엔 보안요원에게 제지됐으나 체포와 같은 강제처분이 뒤따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나중에 에르단 대사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라이시 대통령을 '테헤란의 도살자'라고 비판했다.
에르단 대사는 "히잡을 '똑바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1년 전 체제에 무참히 살해당한 죄 없는 이란 여성 아미니의 사진을 흔들었다"고 밝혔다.

이날 유엔 본부 밖에서도 이란의 인권 탄압을 규탄하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유엔 전문가 집단은 성명을 통해 이란이 아미니의 사망 1주기를 맞아 열리는 공개행사를 강경하게 진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란 당국이 지난해 몇 달 동안 시위를 잔인하게 억압한 뒤에 아미니의 비극적 죽음 1년을 기념하려고 계획한 행사를 제한하고 보복을 위협했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 같은 비판을 서방언론의 가짜뉴스 때문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이란 정보는 이란 채널을 통해 직접 입수해야 정확하다고 주장했다.
이란 대통령실은 "지배 체계의 영향을 받는 매체는 이란의 정확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라이시 대통령이 총장에게 정확한 채널을 통해 이란과 관련한 소식을 직접 듣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