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지난 15일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관련 감사 결과를 발표한 서울 삼청동 감사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 시민이 지난 15일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관련 감사 결과를 발표한 서울 삼청동 감사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집값과 소득, 고용 통계를 반복적으로 조작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면서 관련된 전 정부 인사들도 방어 논리 마련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혐의는 크게 △통계수치 고의 조작 △자료 불법 유출 △통계 결과에 부당한 영향력 행사 등으로 요약된다. 전 정부 인사들은 시장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통계 왜곡을 막기 위한 정당한 조치였다고 항변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법과 통계학적 허용의 테두리를 벗어난 일탈행위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감사원 "가중값 넣었다 뺐다는 명백한 조작"

비정상적 가중값 부여는 통계 조작

17일 감사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시절 통계청은 새로운 가중값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가계소득 통계를 조작했다. 통계청은 평균 소득을 높이기 위해 2017년 2분기부터 가계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취업자가 있는 가구’ 소득에 가중치를 부여했다.

통계조사를 할 때 모든 표본을 조사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중값을 부여하는 것은 일상적이다. 모집단을 대표할 수 있도록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이다. 다만 특정 집단이 비정상적으로 큰 가중값을 가지면 통계 결과가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통계법은 새 통계 방법을 채택할 때 통계청장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통계청 통계작성 부서는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표본설계 부서 반대에도 강행했다. 더욱이 이듬해 1분기 조사 때는 소득 5분위 배율을 낮추기 위해 새 가중값을 빼버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계학과 교수는 “감사원 발표대로 가계소득 가중값을 단기간에 임의로 적용하거나 뺐다면 이는 명백한 통계 조작”이라고 밝혔다.

작성 중인 통계자료까지 사전 제공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통계자료를 공표 전에 미리 받아 봤다. 통계법 27조 2항에 따르면 통계자료는 공표 전에 제공하면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예외조항이 있다. 통계기관이 신규 통계나 기존 통계를 변경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할 때 제공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를 근거로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사전 통계 습득이 정당한 행위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감사원은 정치적 의도로 작성 중인 자료까지 사전에 받는 등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전 통계청 고위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나 이명박 정부 때는 통계조사와 집계, 공표 과정에서 어떤 외부 간섭도 없었는데 문재인 정부만 이례적이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집값 통계 마사지’가 “실거래가에 근접하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주장한다. 집값 통계와 관련해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 당시 친정부 성향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경실련이 이번 감사 결과와 관련해 낸 입장문에 따르면 2017년 5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서울 아파트 시세는 79%, 공시가격은 86%, 감사원 감사에서 조작 혐의를 받은 부동산원 통계 가격은 1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광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통계학과 교수는 “부동산 통계 부실로 인한 피해가 천문학적이었던 만큼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