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삼성전자 옥외 전광판이 설치돼있다. 사진=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삼성전자 옥외 전광판이 설치돼있다. 사진=연합뉴스
로마 바티칸시국 성 베드로 광장에 삼성전자 옥외 전광판이 13일(현지시간) 설치 완료됐다.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요 대중 행사인 수요 일반알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설치된 삼성전자 옥외 전광판은 총 4개다. 광장 양옆에 가로 7.935m x 세로 4.83m 전광판 2개, 광장 안쪽에 그보다 작은 가로 5.865m x 세로 3.105m 전광판 2개가 자리했다.

2007년 일본 파나소닉에서 설치한 옥외 전광판이 16년 만에 우리나라 기업 제품으로 바뀐 것이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상당한 홍보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성 베드로 광장은 매년 수백만명의 순례객이 다녀가는 가톨릭의 성지이자 매주 교황과 신자들이 만나는 장소다. 최대 3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광장에 운집한 군중은 4개의 대형 옥외 전광판을 통해 교황의 모습을 멀리서도 볼 수 있다.

특히 바티칸 희년인 2025년에는 전 세계에서 약 3000만명의 순례객이 바티칸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돼 홍보 효과가 더욱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설치된 전광판은 LED 사이니지 제품으로, 햇빛이 강한 야외에서도 선명하고 또렷한 화질을 제공하며 온도·습도 등에도 강하다. 또한 이 제품은 LED 조각을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패널을 만들기 때문에 크기와 형태에 제약이 없어 초대형 화면 제작에 유리하다.

삼성전자는 현재 설치된 것보다 훨씬 더 큰 전광판을 제작할 수 있었으나 교황청의 요구에 따라 과거 파나소닉 전광판과 거의 같은 크기로 전광판을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직접 본 삼성전자 옥외 전광판은 전광판을 감싸는 베젤이 광장의 대리석 기둥 색깔과 같은 하얀색이었다.

관심을 모았던 삼성 영문 로고는 가까이 다가가야 겨우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전광판 하단에 작고 옅은 색깔로 새겨져 있었다.

삼성전자는 전광판을 이용한 상업 광고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등 이 전광판을 절제된 용도로만 사용하기로 교황청 측과 합의했다.

삼성전자는 전장·오디오 사업 자회사인 하만의 음향기기도 이번에 함께 공급했다.

삼성전자는 전광판 설치와 관련한 홍보 활동도 최소한으로 할 계획이다. 홍보 보도자료는 이탈리아 언론매체에만 배포하기로 했다.

전광판 설치 완료와 함께 삼성전자 대표단은 이날 오전 바티칸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개인 알현하고 교황청 측과 서명식을 가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삼성 임원진으로 구성된 대표단에 감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대표단은 이후 바티칸에 삼성전자 전광판이 들어서도록 '산파' 역할을 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을 만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바티칸 방문 여부도 관심을 모았으나 이 회장은 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