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이 10일 경기 블랙스톤 이천G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이저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확정 지은 뒤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캐디와 환호하고 있다.  KLPGA 제공
박지영이 10일 경기 블랙스톤 이천G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이저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확정 지은 뒤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캐디와 환호하고 있다. KLPGA 제공
어려운 코스만 만나면 날아다니는 골프선수들에겐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다른 선수가 따라온다고 조바심 내지 않는다. 그러다가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는다. 이런 선수들은 대개 멘털이 강하다. 위기에 빠져도 침착하게 대처해 파 세이브를 한다.

10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이저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에서 우승한 박지영(27)이 그랬다. 박지영은 이날 경기 블랙스톤 이천GC(파72·6668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2개를 잡고 보기는 1개로 막아 1언더파 71타를 쳐 최종합계 2언더파 286타로 우승했다. 자신의 통산 일곱 번째이자 첫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이번 대회는 역대급 난도를 기록했다. 블랙스톤 이천GC는 좁은 페어웨이와 긴 러프, 까다로운 그린으로 악명이 높다. 여기에 올여름 무더위의 영향으로 잔디 상태가 고르지 못해 선수들을 더욱 애먹였다. 그 결과 커트 통과 기준이 11오버파였고, 언더파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선수는 3언더파의 이가영(23), 2언더파의 이예원(20), 1언더파의 박지영 등 세 명에 그쳤다.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는 출전 선수 74명 중 언더파를 친 선수가 박지영뿐이었다.

이날 경기는 초반부터 대혼전이었다. 단독선두였던 이가영이 4번홀(파4) 더블보기 이후 줄줄이 타수를 까먹으며 우승경쟁에서 멀어졌다. 이예원은 전반 9홀 동안 파 행진을 이어가며 좀처럼 달아날 기회를 잡지 못했다.

박지영은 정확도를 앞세워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그는 “최대한 스코어를 지키면서 기회가 올 때마다 잡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날 그의 평균 비거리는 258야드로 티샷에서 큰 이득을 보지는 못했다. 티샷 타수이득(SG)이 0.70으로 25위였다. 하지만 정확도 대신 무리하지 않고 페어웨이를 지키는 데 집중했다. 파5 네 개 홀은 모두 페어웨이를 지켜냈다.

그가 갖춘 무기는 정교한 그린 주변 플레이와 퍼팅이었다. 3번홀(파3)에서 핀 3m 옆에 붙은 공을 홀에 집어넣으며 버디를 잡아냈다. 14번홀(파4)에서 티샷이 카트 도로에 떨어지며 아찔한 위기의 순간을 맞았다. 그는 “‘반드시 파 세이브를 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며 그린 한가운데를 노렸다”고 말했다. 두 번째 샷은 정확히 그린 가운데로 떨어졌고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승부는 15번홀(파5)에서 갈렸다. 두 번째 샷까지 모두 페어웨이를 지킨 박지영은 세 번째 샷으로 핀 2m 옆에 공을 붙여 버디를 잡아냈다. 반면 이예원은 러프와 벙커로 이어진 미스샷으로 1타를 잃었다. 순식간에 2타 차이로 달아난 박지영은 마지막 18번홀까지 타수를 지켜내며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지난해 12월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오픈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둔 박지영은 올 7월 에버콜라겐 더시에나 퀸즈 크라운에 이어 이번 대회 우승으로 가장 먼저 3승 고지에 오르며 다승 1위가 됐다.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과 함께 우승상금 2억1600만원을 받으며 시즌 총상금 9억2313만원으로 상금랭킹 2위에 올라섰다.

박지영은 우승컵을 꼭 끌어안으며 “나흘간 너무 어려웠는데 잘 버텨준 자신에게 고맙다. 여기에 제 이름을 또 새기고 싶다”며 일찌감치 2연패 욕심을 냈다. 이어 “다승을 너무 하고 싶었는데 올해 3승까지 하게 돼 기쁘다. 가능하면 많이 우승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시즌 3승 고지를 노리던 이예원은 후반에만 3타를 잃으며 김민별, 이가영과 공동 2위에 그쳤다. 상금랭킹 1위를 지키고 대상 포인트 1위로 올라섰지만 시즌 상금 10억원 돌파에는 1100여만원이 모자랐다.

이천=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