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베트남 3월 문건 보도…"美, 이분법 강요하는 정책은 위험"
베트남 무기공급처 향후 美 등으로 다변화 가능성 제기
로이터 "바이든 방문서 희토류 공급망 관련 합의 나올 것"
"베트남, 미국과 밀착하면서도 러와 비밀리에 무기거래 추진"
최근 미국과 거리를 좁히고 있는 베트남이 비밀리에 러시아 무기 수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3월 작성된 베트남 정부 내부 문서를 보면 베트남은 자국군 현대화를 위해 시베리아에 위치한 러시아-베트남 합작 석유 업체를 통해 비용을 지불하는 방안을 러시아에 제안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베트남은 이 문건에서 "러시아는 서방 국가들로부터 모든 면에서 금수조치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러시아와 전략적 신뢰를 강화하는" 새 무기 거래를 협상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 문서에 베트남 재무부 차관의 서명이 포함됐으며, 베트남 전현직 관리들도 해당 내용을 확인했다고 NYT는 설명했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해 양국 협력 강화에 나서기로 하는 등 최근 들어 베트남과 미국은 한층 더 밀착해오고 있었지만, 이처럼 베트남이 추진하는 무기 거래는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를 거스르는 조치라고 NYT는 지적했다.

NYT는 "베트남은 한대 세계 10위 안에 드는 무기 수입국이었으며, 오랜 기간에 걸쳐 러시아제 무기에 의존해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러시아제 무기를 사는 나라를 처벌하겠다고 한 것으로 인해 베트남은 군사력을 재정비하고 남중국에서 중국이 해상 경계를 침범하는 데 대한 억제력을 강화하려는 계획을 좌절당했던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베트남, 미국과 밀착하면서도 러와 비밀리에 무기거래 추진"
이번 물밑 무기거래 역시 베트남이 중국에 대항해 군사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추진 중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NYT는 "베트남은 러시아산 군사장비에 돈을 지불하는 비밀 계획을 세움으로써 냉전 정치와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커다란 안보 경쟁의 한가운데로 발을 들여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동시에 "베트남이 러시아와 무기 거래를 추진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면서도 "타국에 '우리 아니면 남'이라는 이분법적 선택을 강요하는 미국 대외정책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지점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베트남 정부 문건 내용과 관련해 미국 외교 당국자들은 답변을 거부했다고 NYT는 전했다.

싱가포르 싱크탱크 ISEAS-유소프 이삭 연구소(ISEAS-Yusof Ishak Institute)의 이언 스토리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베트남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고 말했다.

스토리 선임 연구원은 "베트남과 중국이 얼마나 민감한 관계인지를, 베트남이 러시아와 얼마나 깊은 관계인지를 미국이 과연 이해하고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이런 것들을 오해한다면 미국이 데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긴장 속에서도 미국과 베트남은 중국 견제 차원에서 서로 더욱 가까이 접근할 전망이다.

"베트남, 미국과 밀착하면서도 러와 비밀리에 무기거래 추진"
이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은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베트남과 관계를 강화하고자 하며, 바이든 대통령 방문을 통해 양국 관계를 격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발 위협 속에서 베트남 역시 서방으로부터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기술 제품 분야에서 서방 투자를 더욱 확대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분석한다.

WSJ는 그간 베트남이 자국에 무기를 팔기를 꺼리는 서방 대신 러시아에 의존하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2016년 미국이 베트남에 대한 살상무기 판매 금지 조치를 해제하는가 하면 작년 12월 베트남이 무기 박람회를 열면서 '무기 공급처 다변화' 방침을 밝히는 등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 통신은 이날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의 베트남 회담 초점은 중국 리스크를 '헤징'하기 위한 반도체와 희토류 광물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회담 내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중국에 이어 베트남이 가장 많은 매장량을 보유한 주요 광물, 특히 희토류 공급망 강화가 핵심 이슈"라며 "바이든 대통령 방문 기간 희토류에 대한 합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베트남이 러시아와 무기거래를 비밀리에 추진 중이라는 NYT 보도가 양국 관계 재편에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베트남이 미국을 상대로도 무기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이날 인도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한 자리에서 이번 베트남 방문에 안보 차원의 논의가 포함될 것이라고 취재진에 설명했다.

파이너 부보좌관은 베트남이 러시아산 군수품에서 다각화를 이루는 데에 미국과 동맹국들이 지원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미국이 갈수록 더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베트남과 러시아 사이 군사적 의존도가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