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미 북한담당관 "김정은, 푸틴과 회담 '반미 협력' 기회로 여겨"
英 FT "김정은, 크렘린의 끌어안기에 '단순한 거래' 이상 환상 없어"
"김정은이 푸틴 통해 대남 군사행동 '청신호' 보는 게 최악"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에 대항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하려 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고 AP 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드니 사일러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은 이날 AP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이번 회담에서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반미 지도자와 손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보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이나 대량살상무기의 증강을 돕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사일러 전 담당관은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거론, "최악의 시나리오는 푸틴이 무력을 사용해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것을 김정은이 지켜보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김정은이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푸틴과의 새로운 관계를 통해 신호를 받고는, 한국을 향해 비슷한 군사적 행동에 나서도록 하는 번쩍이는 노란불이나 초록불(green light)을 보는 것이야말로 최악의 공포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사일러 전 담당관은 다만 실제 이같은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면서 "러시아가 원하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북한과의 관계를 통해 역내 불안정성을 초래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정은은 지난 1년반동안 억지력에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 핵무기를 확충하고 개량함에 따라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한국의 옹호자인 미국에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끌어올렸다"고 짚었다.

그는 "북한은 한국에 대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역량을 분명히 개발해오고 있다"며 "이 지점에 우려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일러 전 담당관은 1983년 마라톤 생방송으로 진행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 프로그램을 거론하며 "나는 방송을 보고 눈물을 흘렸었다"며 "이는 우리가 인도적 차원의 논의를 테이블에서 배제할 수 없음을 상기시켜주는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북러 정상회담 성사 전망과 관련해 "북한 지도자와 러시아와 동맹 관계를 확대하는 것은 이미 위험한 지역에 불안전한 위험을 야기한다"고 짚었다.

FT는 "북러 협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북한이 제공할 수 있는 탄약과 방사포,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물리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 대신 러시아는 곡물, 석유, 군사기술과 외화를 북한에 지불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FT는 김 위원장이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던 것을 거론하며 "김정은은 외교적 충성심의 변화에 익숙하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을 '리틀 로켓맨'이라고 불렀다가 나중에는 '훌륭한 협상가'라고 지칭하는 등 태도가 바뀌는 것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FT는 "김정은은 크렘린이 자신의 '은밀한 왕국'을 끌어안는 것이 단순한 거래 이상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이는 위험한 이웃들에게 존중을 강요할 수 있는 무기를 확보하는 일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이 푸틴 통해 대남 군사행동 '청신호' 보는 게 최악"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