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시스템 활용력' 6주간 점검…"현장에 책임 전가" 비판
현장 치안이 부실해졌다는 비판에 직면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앞둔 경찰이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 소속 경찰관을 대상으로 업무 실태를 점검하는 대규모 감사에 착수한다.

7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청 감사관실은 11일부터 6주간 무작위로 지구대와 파출소를 골라 전산시스템 활용 실태 점검에 나선다.

앞서 경찰청은 5월9일 전 경찰을 대상으로 비상대비 태세와 전산시스템 활용 실태를 불시에 점검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비상대비 태세 점검은 지난 6월에 2주간 실시됐다.

이번 감사는 사건 관리, 증거물 관리 등 현장 경찰관들이 필수로 갖춰야 하는 전산관리 업무능력이 주요 점검 대상이다.

특히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 활용력 점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관측된다.

킥스는 법원과 검찰, 경찰, 공수처 등 형사사법 업무 처리기관들이 정보를 작성하고 송·수신하는데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전자 형사절차 관리체계다.

형사사법 절차의 신속성과 투명성 향상을 위해 각 기관이 사건 처리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자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하지만 현장에선 킥스 활용법을 일부가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다른 기관과 달리 경찰에선 효율적인 형사절차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때문에 경찰 내부에선 이번 감사가 전산시스템 활용력이 떨어지는 고연차 경감급 등 현장 간부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4일 내부 회의에서 일부 경감급 간부의 업무 실태를 지적했다는 전언이 경찰 내부에서 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이날 오전 "이번 감사는 지역경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이뤄지며 특정 계급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했다.

또 감사 목적도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적발이나 문책과는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해명에도 현장 경찰관 사이에선 조직개편을 앞둔 경찰 지휘부가 치안력 부족 등 외부 지적을 현장에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성명을 통해 "경찰 치안 문제의 원인을 현장 경찰관의 자질과 능력 부재로 왜곡하려 한다"며 윤 청장 등 경찰 지휘부의 사과를 요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