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에 따라 약가 인하 대상이 되는 10개 의약품이 발표됐습니다. 미 정부가 공공의료보험기관(CMS)에 약가 협상력을 부여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가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과는 달리 협상 리스트가 발표됐지만, 관련 빅파마의 주가는 오히려 소폭 상승했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미 정부는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적 보험 '메디케어 파트D'에서 가장 많은 지출을 차지하면서 일정 기간 후에도 제네릭이나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지 않는 의약품에 대해 CMS가 가격을 인하할 수 있도록 협상권을 부여했습니다.

이번에 첫 약가 인하 대상으로 선정된 주요 빅파마 10개 의약품은 심장질환부터 암치료까지 다양한 적응증에 사용되는 의약품으로 메디케어 파트D에서 1년간 사용한 금액의 약 20% 수준입니다. 금액으로는 약 505억달러(약 67조원) 규모죠. 이중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혈전용해제인 엘리퀴스(Eliquis)가 164억달러(약 22조원)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10개 의약품들은 시장 예상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가입니다. 협상 대상 목록이 공개되면서 IRA에 대한 미 정부의 강한 실행 의지가 드러났지만, 제약업계와 투자자들은 IRA의 잠재적인 영향에 대해 아직도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제약협회(PhRMA)는 이번 약가 협상 대상 품목의 공개는 단기적인 정치적 이익에 초점을 둔 졸속 행정의 결과이며 환자를 위한 최선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은 처사라고 비난했습니다. 시장의 건전한 협상 시스템 속에서 이미 충분한 리베이트와 약가 할인이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바이든의 캔서 문샷에 미치게 될 악영향에 대한 우려감도 드러냈습니다. 2022년 바이든 행정부의 암 정복 계획인 캔서 문샷도 만일 강압적인 약가 인하로 제약·바이오 산업의 혁신을 막는다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제약협회와 일부 빅파마는 이미 미 정부의 IRA 약가 협상 프로그램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IRA가 제약·바이오 혁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번 협상 대상에 선정된 대부분의 약품들이 독점권 만료가 임박했기 때문에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습니다. CMS가 첫 협상 대상으로 고른 의약품들이 당초 시장에서 우려한 정도의 충격을 줄 정도는 아니며, 이들 의약품의 독점 기간이 몇년 남지 않아 매출에 주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번 가격 협상에 가장 크게 노출된 기업은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으로 임브루비카(Imbruvica), 자렐토(Xarelto), 스텔라라(Stelara) 등 3개의 의약품이 리스트에 포함됐습니다. 이들 약품의 출시 후 평균 판매 기간이 14년으로 특허 만료가 임박한 상황이라 이번 가격 협상이 향후 매출 감소에 미치는 영향은 작을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메디케어의 가격 협상 의약품 선정은 FDA 허가 후 9년 이상 제네릭이, 13년 이상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지 않은 의약품을 기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협상에서 조정된 가격은 2026년부터 적용됩니다. 새로운 협상 리스트가 2027년에 발표되는 만큼 인하된 약가는 실질적으로 1년간 유효하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가 지나치다는 지적입니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시장은 항상 옳았습니다. 약가 인하에 따른 매출 충격이 크지 않다면 기업의 이익이나 주당순이익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입니다. 이는 주가가 크게 떨어질 이유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 미국공정거래위원회(FTC)가 호라이즌 인수와 관련해서 암젠과 화해했다는 소식은 한 동안 주춤했던 제약·바이오 업계의 대형 인수합병(M&A) 재개의 촉매제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이번 약가 인하 악재까지 소화하면서 바이오·헬스케어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단, 약가 인하 우려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닙니다. 2024년 2월 메디케어가 제시하는 첫 최대공정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해진 임플바이오리서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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