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아공의 야생동물 보호·보존 단체인 '아프리카 파크'(African Parks)는 4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세계 최대 민간 코뿔소 농장인 '플래티넘 라이노'(Platinum Rhino)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남아공 노스웨스트주에 있는 이 농장은 여의도 면적(2.9㎢)의 약 27배에 달하는 78㎢ 규모로 2천여 마리의 남부흰코뿔소를 키우고 있다.
아프리카 파크는 "남아공 정부의 지원을 받고 긴급 모금, 철저한 실사를 거쳐 농장과 코뿔소 2천마리를 모두 사들이기로 합의했다"며 "향후 10년간 코뿔소들을 잘 관리되고 안전한 지역에서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육 프로그램은 단계적으로 중단하게 되며 모든 코뿔소를 야생으로 풀어놓게 되면 이 프로젝트는 종료된다"면서 "이는 아프리카에서 모든 종을 통틀어 가장 대규모로 진행되는 야생화 노력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 농장은 관광지 개발 사업자인 존 흄(81)이 남부흰코뿔소를 보호하기 위해 사재를 털어 운영해오던 곳이다.
전 세계 코뿔소의 거의 80%가 서식하는 남아공에서는 전통 의학에서 코뿔소 뿔을 약재로 사용하는 아시아 수요 때문에 코뿔소 밀렵이 성행하고 있다.
코끼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육상 포유류인 남부흰코뿔소도 뿔을 노린 사냥 때문에 19세기 말 거의 멸종 직전 상황에 놓였으나 이후 수십 년에 걸친 보호·번식 노력으로 꾸준히 늘어나 현재는 전 세계에 약 1만8천마리가 있다.
흄은 이 농장에 지난 30년 동안 약 1억5천만달러(약 2천억원)를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경비 인력만 100명에 달하는 등 밀렵꾼으로부터 코뿔소를 보호하기 위한 보안·순찰에 가장 큰 비용이 들었다.
최근 저축이 바닥나 운영자금을 대기 어렵게 된 흄은 지난 4월 농장을 경매에 내놓으며 "호화요트를 소유하는 대신 코뿔소를 보호해 멸종을 막아줄 억만장자가 나서달라"고 바랐다.
하지만 그동안 아무도 입찰에 응하지 않았고 결국 남아공 정부의 지원을 받은 아프리카 파크가 새 주인으로 나섰다.
이 단체는 아프리카 내 12개국 정부와 협력해 야생동물 보호구역 22곳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이번 코뿔소 농장 인수가 "멸종 위기에 가까운 이 종에 던져진 생명줄"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