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큰 악동소녀' 회화로 유명한 그의 최근 작품들
드로잉 30점과 140점의 도자기 '교실' 안에 설치
2007년 일본 6대 도자기 지역 시가라키서 공부
'은둔의 작가'가 친구들과 협업한 결과물 다수
일본 작업실에서 쓰던 가구 그대로 옮겨와
서울 한남동 페이스갤러리서 10월 21일까지


나라 요시토모의 중성적 소녀는 그림 속에서 한쪽 눈을 가리거나 붕대를 감고 등장한다. 불난 집을 바라보거나 칼이나 못, 담배를 들고 있을 때도 있다. 측은하기도 하고, 어딘가 무서운 반사회적 요소로 가득하다. 일본의 비주류 문화, 모든 인류가 겪는 유년기의 반항심 등이 뒤섞이며 그의 작품은 1990년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소더비와 크리스티 경매 등에서 최고가 기록을 스스로 계속 경신해왔다.

전시는 3층에서 시작해 2층으로 이어진다. 3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포근하고 낯익은 공간이 펼쳐진다. 나무 바닥과 나무 선반들, 손때 묻은 가구와 칠판으로 채워진 옛날 교실의 모습이다. 작가는 실제 자신의 작업실에서 쓰고 있는 가구들을 이번 전시를 위해 옮겨왔다. "여름방학을 맞아 다들 어디론가 떠난 텅빈 교실을 '악동 소녀'로 채우고 싶었다"는 게 작가의 말이다. 습작처럼 보이는 드로잉 세 점 중엔 일부러 찢어져 있기도 하고, 어딘가 어설프고 엉성하게 테이프로 붙어있는 칠판 위 드로잉들도 웃음을 짓게 한다.

그의 도자기 작업은 독특한 모양과 질감, 투박한 표면이 도드라진다. 어떻게 보면 미완성인 것 같은 작업이어서 '정말 어린 아이가 교실에서 만든 것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그가 그 동안 초상화에서 표현해온 표정의 디테일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감정은 입체 작업에도 그대로 담긴다.
2층 전시장에선 그가 레지던시에서 만난 '친구들'과 협업한 작품들이 놓였다. 매끈하게 다듬어진 도자기 위에 그가 새겨넣은 'Rock N Roll change the world(로큰롤이 세상을 바꾼다)', 'We are outlaw(우리는 도망자다)' 등이 '나라의 세계'를 표출한다.

오후엔 옛 일본 제국군 부지의 버려진 탄약 창고에서 시간을 보냈다. 라디오를 통해 음악에 빠져살던 그는 한때 라디오 DJ로도 활동했다. 어린 시절 비지스의 앨범 '메사추세츠'(1967), 조니 미첼의 '송 투 어 시걸'(1968) 등의 앨범을 수집했던 그는 이후 REM의 싱글 앨범 등의 앨범 커버 작업을 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