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냄새를 구별하는 인공지능(AI) 전자코가 등장했다. 질병 진단과 유해가스 검출 등에 이용되는 전자코 활용 범위가 대폭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구글리서치 브레인팀, 후각 기술 관련 AI 스타트업 오스모 등 공동 연구팀은 분자 구조에 따라 50만 가지 서로 다른 냄새를 분별할 수 있는 AI 프로그램을 개발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8월 31일자에 발표했다. 오스모 연구진은 물질의 성질에 따른 냄새를 나타낸 후각 지도를 제작한 뒤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후각 예측 AI 프로그램인 ‘스니퍼’를 훈련시켰다.

스니퍼의 성능은 인간과의 대결을 통해 증명됐다. 15명의 피실험자에게 323개의 서로 다른 냄새를 맡게 한 뒤 스니퍼가 평가한 값과 비교해 보니 절반 이상의 사례에서 스니퍼의 값이 더 정확했다. 그간 시각, 청각과 달리 후각은 사람마다 주관성이 강해 디지털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알렉산더 윌치코 오스모 최고경영자(CEO)는 “후각을 정량화하는 첫 번째 단계”라며 “냄새를 제어하고 활용하기 위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모 연구진은 추후 단일 분자가 아닌 혼합물에서도 냄새를 구별할 수 있도록 스니퍼를 훈련할 계획이다. 스니퍼가 수백 가지 화합물이 혼합된 커피향, 과일향, 풀냄새 등을 구분할 수 있게 되면 식품과 향수, 세제 등 전자코의 상업적 활용도가 확대될 전망이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