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키스'가 드러낸 스페인 '마초주의' 민낯…"그만하면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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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축구협회장, 여자 국가대표 선수에게 '동의없는 입맞춤' 했다가 파장
루비알레스는 사퇴 거부…스페인 여성들 항의 시위·SNS에선 "이제 끝났어" 스페인 축구협회장 루이스 루비알레스의 '강제 입맞춤' 사건을 계기로 스페인 스포츠계를 비롯해 사회 전반에 깔려 있던 성차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스페인 정치권은 물론 국제 사회까지 이번 사건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스페인 내 여성 인권 신장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30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은 지난 20일 스페인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시상식에서 국가 대표 헤니페르 에르모소의 머리를 양손으로 붙잡고 기습적으로 입술에 키스했다.
이후 라커룸에서 에르모소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진행한 라이브 중 관련 질문에 웃으면서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고 말하는 장면이 엑스(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돼 파장이 일었다.
논란이 일자 에르모소는 스페인축구협회를 통해 "친밀함의 표현이었다"며 루비알레스 회장을 뒤늦게 두둔했으나, 외신들은 루비알레스의 행동이 일종의 성범죄라며 일제히 질타했다.
결국 하루 만인 21일 루비알레스 회장은 "나쁜 의도는 전혀 없었지만, 실수를 저질렀다"고 사과하며 "이번 사태를 통해 더 배우고 한 기관의 수장으로서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새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정치권도 이번 사안에 발 빠르게 반응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 대행은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동이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며 "사과로는 충분치 않다"면서 축구협회 차원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욜란다 디아스 부총리 겸 노동부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루비알레스 회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코너에 몰린 루비알레스 회장은 지난 25일 이번 사태를 '거짓된 페미니스트들의 공격'으로 단정하며 사퇴를 거부했다.
에르모소가 자기를 안아서 들어 올려달라고 했고, 자신이 '가볍게 키스해도 되냐'고 묻자 에르모소가 '그렇게 하라'고 답했다며, 자신의 입맞춤은 상대의 동의를 얻은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에르모소를 포함한 스페인 여자축구 선수 80여명이 선수노조 풋프로를 통해 보이콧 의사를 밝혔고, 스페인축구협회는 역으로 '키스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한 에르모소의 발언이 거짓이라는 증거를 갖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자 FIFA는 일단 루비알레스 회장에게 90일 직무 정지 징계를 내리고 에르모소에 대한 접근 금지 명령도 내렸다.
스페인 검찰은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위가 성범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기초 사실관계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번 일을 두고 스페인에서는 사회에 만연한 '마초주의'가 상징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라며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스페인 사라고사 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크리스티나 몽헤 교수는 최근 블룸버그 통신에 "스페인에는 여전히 성차별적인 문화가 존재하며 이는 매우 전통적이고 사회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며 "그 한 가지 예가 바로 축구 연맹"이라고 꼬집었다.
스페인축구협회가 회장을 두둔하며 오히려 에르모소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나선 점을 비판한 것이다.
마드리드 비토리아 대학의 하비에르 레돈도 교수 역시 루비알레스가 "자신을 페미니즘의 희생자로 묘사하려 했다"고 맹비난했다.
앞서 이레네 몬테로 평등부 장관도 "동의 없는 키스를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지 말라"며 "이는 여성이 일상적으로 겪는 성폭력의 일환"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스페인 내 여성 인권 운동엔 다시금 불이 붙을 조짐을 보인다.
스페인 내에서 여성 인권 운동의 뿌리는 깊다.
특히 2016년 팜플로나 소몰이 축제에서 18세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남성 5명이 2018년 재판에서 성적 학대 혐의로만 처벌되자 스페인 전역에 공분이 일었다.
때마침 전 세계에서 불붙은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과 맞물려 스페인 내 항의 시위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결국 2019년 스페인 대법원은 기존 판결을 뒤집고 가해자들에게 성폭행죄를 적용, 더 무거운 처벌을 내렸다.
이 사건이 계기가 돼 스페인 하원에서는 지난해 5월 합의 없는 성관계를 모두 강간으로 간주하는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여성 인권 신장 차원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보호하고, 직장 내 성평등을 증진하는 법도 통과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일상에 만연한 성차별과 남성 중심적인 사고방식이 이런 식으로 드러나자 스페인 여성들은 28일 마드리드 시내에서 가두시위에 나서 루비알레스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여성 인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SNS상에서는 "이제 끝났어. 그만하면 충분해"라는 메시지도 젊은 여성들 사이에 널리 공유되고 있다.
국제 사회도 우려를 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28일 "성차별은 여전히 스포츠에서 중요한 문제이며, 스페인 당국과 스페인 정부가 모든 여성 운동 선수의 권리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다루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유엔인권위원회도 전날 별도로 낸 성명에서 "스포츠계 여성들은 계속해서 성희롱과 학대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이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루비알레스는 사퇴 거부…스페인 여성들 항의 시위·SNS에선 "이제 끝났어" 스페인 축구협회장 루이스 루비알레스의 '강제 입맞춤' 사건을 계기로 스페인 스포츠계를 비롯해 사회 전반에 깔려 있던 성차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스페인 정치권은 물론 국제 사회까지 이번 사건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스페인 내 여성 인권 신장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30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은 지난 20일 스페인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시상식에서 국가 대표 헤니페르 에르모소의 머리를 양손으로 붙잡고 기습적으로 입술에 키스했다.
이후 라커룸에서 에르모소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진행한 라이브 중 관련 질문에 웃으면서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고 말하는 장면이 엑스(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돼 파장이 일었다.
논란이 일자 에르모소는 스페인축구협회를 통해 "친밀함의 표현이었다"며 루비알레스 회장을 뒤늦게 두둔했으나, 외신들은 루비알레스의 행동이 일종의 성범죄라며 일제히 질타했다.
결국 하루 만인 21일 루비알레스 회장은 "나쁜 의도는 전혀 없었지만, 실수를 저질렀다"고 사과하며 "이번 사태를 통해 더 배우고 한 기관의 수장으로서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새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정치권도 이번 사안에 발 빠르게 반응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 대행은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동이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며 "사과로는 충분치 않다"면서 축구협회 차원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욜란다 디아스 부총리 겸 노동부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루비알레스 회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코너에 몰린 루비알레스 회장은 지난 25일 이번 사태를 '거짓된 페미니스트들의 공격'으로 단정하며 사퇴를 거부했다.
에르모소가 자기를 안아서 들어 올려달라고 했고, 자신이 '가볍게 키스해도 되냐'고 묻자 에르모소가 '그렇게 하라'고 답했다며, 자신의 입맞춤은 상대의 동의를 얻은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에르모소를 포함한 스페인 여자축구 선수 80여명이 선수노조 풋프로를 통해 보이콧 의사를 밝혔고, 스페인축구협회는 역으로 '키스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한 에르모소의 발언이 거짓이라는 증거를 갖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자 FIFA는 일단 루비알레스 회장에게 90일 직무 정지 징계를 내리고 에르모소에 대한 접근 금지 명령도 내렸다.
스페인 검찰은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위가 성범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기초 사실관계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번 일을 두고 스페인에서는 사회에 만연한 '마초주의'가 상징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라며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스페인 사라고사 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크리스티나 몽헤 교수는 최근 블룸버그 통신에 "스페인에는 여전히 성차별적인 문화가 존재하며 이는 매우 전통적이고 사회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며 "그 한 가지 예가 바로 축구 연맹"이라고 꼬집었다.
스페인축구협회가 회장을 두둔하며 오히려 에르모소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나선 점을 비판한 것이다.
마드리드 비토리아 대학의 하비에르 레돈도 교수 역시 루비알레스가 "자신을 페미니즘의 희생자로 묘사하려 했다"고 맹비난했다.
앞서 이레네 몬테로 평등부 장관도 "동의 없는 키스를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지 말라"며 "이는 여성이 일상적으로 겪는 성폭력의 일환"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스페인 내 여성 인권 운동엔 다시금 불이 붙을 조짐을 보인다.
스페인 내에서 여성 인권 운동의 뿌리는 깊다.
특히 2016년 팜플로나 소몰이 축제에서 18세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남성 5명이 2018년 재판에서 성적 학대 혐의로만 처벌되자 스페인 전역에 공분이 일었다.
때마침 전 세계에서 불붙은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과 맞물려 스페인 내 항의 시위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결국 2019년 스페인 대법원은 기존 판결을 뒤집고 가해자들에게 성폭행죄를 적용, 더 무거운 처벌을 내렸다.
이 사건이 계기가 돼 스페인 하원에서는 지난해 5월 합의 없는 성관계를 모두 강간으로 간주하는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여성 인권 신장 차원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보호하고, 직장 내 성평등을 증진하는 법도 통과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일상에 만연한 성차별과 남성 중심적인 사고방식이 이런 식으로 드러나자 스페인 여성들은 28일 마드리드 시내에서 가두시위에 나서 루비알레스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여성 인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SNS상에서는 "이제 끝났어. 그만하면 충분해"라는 메시지도 젊은 여성들 사이에 널리 공유되고 있다.
국제 사회도 우려를 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28일 "성차별은 여전히 스포츠에서 중요한 문제이며, 스페인 당국과 스페인 정부가 모든 여성 운동 선수의 권리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다루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유엔인권위원회도 전날 별도로 낸 성명에서 "스포츠계 여성들은 계속해서 성희롱과 학대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이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