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불안조성 피해자가 글에서 특정안돼"
법원 "살인예고 글이 협박죄인지 검토 필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살해하겠다고 예고한 글을 인터넷에 올린 행위가 협박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재판부가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양진호 판사는 25일 흉기난동이 벌어진 서울 신림동에서 여성 20명을 죽이겠다는 글을 올리고 실제로 흉기를 주문한 혐의(살인예비, 협박, 정보통신망법 위반)로 구속기소된 이모(26)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협박죄의 성립 여부와 관련, "협박성 표현이 도달하는 상대방이 있어야 하는데 글을 직접 보지 않은 신림역 인근 상인 등은 게시글보다 기사로 알게 됐을 것 같다"며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망법 위반죄에 대해서도 "일반적으로 댓글·문자·카카오톡 등을 통해 특정한 한명에게 불안감을 유발하는 경우에 해당하는데 글을 올린 것도 여기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씨의 글로써 협박당하거나 불안해진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스포츠경기 중계 사이트에 (협박성) 글을 반복해 올린 사람에게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유죄가 선고된 사례가 있다"며 "피고인이 게시한 글을 직접 본 여성 이용자들은 피고인이 동일 IP 주소로 계속 글을 올려 공포심이나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반론했다.

이씨는 이날 공판에서 본인의 혐의 사실은 모두 인정했다.

이씨는 지난달 24일 신림역 인근을 지나는 여성을 살해할 목적으로 길이 32.5㎝의 흉기를 구매하고 인터넷 게시판에 "수요일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죽이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씨가 게시글 열람자들을 위협했다고 보고 협박 혐의를, 여성 혐오성 글을 쓴 점에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이씨가 흉기를 구매하고 휴대전화로 살인범 유영철, 이춘재, 전주환의 얼굴 사진이나 '묻지마 살인'을 망설이는 그림을 검색한 사실 등에는 살인예비 혐의를 적용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