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교육감, '재량 휴업일' 두고 입장 차이...학교는 혼란
서이초 교사의 49재일인 9월 4일에 각 학교가 재량 휴업일 지정을 고민하는 가운데 진보 교육감과 교육부가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현장 혼란이 더해지고 있다.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일부 학교에서는 9월 4일 재량 휴업일 지정을 놓고 이미 하기로 결정한 학교도, 내주로 결정을 미룬 학교도 있었다.

특히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전날 밤 교육청 홈페이지에 '상주의 마음으로 교육 공동체 회복을 호소한다'는 제목의 서한문을 게재하고 "9월 4일 추모와 애도의 마음으로 모인 선생님들을 끝까지 보호하고 함께하겠다"고 밝히면서 추진력을 얻은 곳도 보였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오늘 재량휴업일을 결정한 초등학교가 많다. 원래 우리 학교도 오전까지만 해도 유보적인 입장이었으나 조 교육감의 서한이 영향이 큰 것 같다. 이에 교장이 오늘 오후에 의견을 수렴해 재량 휴업일을 결정, 가정통신문까지 발송했다"고 말했다.

이 초등학교에서는 '2학기 학사일정 조정 운영 의견 수렴'이라는 제목의 가정통신문으로 "저희는 혼란을 최소화하고 대안을 마련하고자 참여 교원 수를 파악했고 그 결과 9월 4일 정상적인 수업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자율 휴업일로 변경하는 안을 마련했다"며 재량 휴업일 지정을 안내했다.

학교는 또 기존 돌봄과 긴급 돌봄 교실, 방과후 학교는 정상 운영한다고 공지했다.

이밖에 강남 송파 지역의 학교에서도 재량휴업일 지정을 이날 오후 결정한 후 가정통신문 발송을 준비하는 곳도 있었다.

아직 재량휴업일 지정을 고민하는 학교도 많았다.

서울의 한 공립초등학교 교장은 "이미 교사 3분의 2가 못 나온다고 한 상황인데 재량휴업일로 지정하지 않기가 어렵다. 그런데 교육부에서는 완강한 입장이라 학교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상적인 운영이 사실상 당일 불가능할 텐데, 일단은 내주 학교 운영위원회를 거쳐 재량휴업일로 최대한 지정하되 저학년의 경우 긴급 돌봄을 운영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교사 온라인 커뮤니티인 인디스쿨의 설문조사에서는 9월 4일 단체 행동에 참여하겠다는 유·초·중·고 교사가 이날 오후 6시 기준 8만208명(교장·교감 포함)으로 집계됐다. 전체 교사 50만7천793명(지난해 기준)의 15.8%에 해당한다. 재량휴업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힌 학교는 451개교다.

한편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날 열린 시도부교육감 회의에서 "일부 지역에서 교육의 책임자인 교육감이 학생들의 교육을 외면하는 불법 집단행동을 지지하고 조장하고 있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강경 대응 기조를 내비쳤다.

조 교육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서거석 전북도교육감 등은 공개적으로 9월 4일 단체 행동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런 가운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교총은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 및 집회'에 대해 무엇보다 어떠한 상황일지라도 소중한 학생의 학습권을 교사 스스로 지키지 않았다는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학교 근무 일정을 마친 저녁 7∼8시 경에 추모제를 가질 것을 제안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한지희기자 jh198882@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