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나와 이재민 구호소까지…연평도 포격 이후 첫 종합 훈련
[르포] "북 포격 대피"…실전 같은 서해5도 주민 탈출 훈련
"이쪽으로 오세요.

환자는 어디 있습니까"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민방공훈련)이 전국적으로 진행된 23일 오후 인천 영종도 정부기관단지 해상 선착장 앞.
북한이 기습적으로 포격 도발을 감행한 상황을 가정해 이뤄진 '서해5도 주민 출도(出島)·구호 훈련'이 긴박하게 진행됐다.

북한의 기습 포격으로 서해 5도 통신시설이 파괴되고 주택과 산림 등 일부 지역에 연이어 화재가 발생한 상황.
백령도와 연평도 등지에서 해경 공기부양정을 타고 섬을 탈출한 주민 50여명은 긴장감 속에서도 안도하는 표정으로 선착장에 내렸다.

공습경보를 통해 상황을 전파받은 이들 주민은 민방위대원들의 안내에 따라 현장지휘본부로 이동했다.

선착장 앞에 꾸려진 본부는 육지로 빠져나온 주민들의 구호시설 이동을 돕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노인 등 거동이 불편한 주민은 대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고, 가벼운 부상을 입은 이들은 현장응급의료소로 가 치료를 받았다.

심하게 다친 주민은 119구급차를 통해 인근 병원으로 향했다.

대피 과정에서 중상을 입은 연평도 주민들은 인천소방본부의 소방헬기를 통해 곧장 권역응급의료센터인 가천대 길병원으로 이송됐다.

대피 중 사망한 2명의 주민은 임시안치소로 옮겨지기도 했다.

[르포] "북 포격 대피"…실전 같은 서해5도 주민 탈출 훈련
이 밖의 다른 주민들은 신원확인을 마친 뒤 버스를 타고 이재민 구호소로 향했다.

구호소에는 대피한 주민들이 묵을 수 있는 텐트와 구호물자가 마련됐다.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는 이동 급식 차량과 샤워 차량 등을 준비했고 재난 심리 회복 지원센터도 문을 열었다.

이 모든 과정은 인천시 경보통제소가 포격 도발 상황을 접수한 동시에 기관별 대응 계획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이뤄졌다.

갑작스러운 포격으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던 주민들은 시와 관련 기관의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처에 일단 한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이날 훈련은 옹진군 백령도와 연평도, 중구 영종도 정부기관단지 일대에서 동시에 진행되며 연막과 폭음, 경보 사이렌까지 동원돼 실제 상황 같은 생생함을 더했다.

훈련에 참여한 시민 김모(51)씨는 "대피하는 역할로 훈련에 참여했는데 실제처럼 진행해 깜짝 놀랐다"며 "관련 기관이 이렇게 유기적으로 움직이면 실제 상황이 발생해도 잘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훈련에는 시와 해경, 군, 소방당국 등 관련 기관 13곳에서 모두 360여명이 참가했다.

[르포] "북 포격 대피"…실전 같은 서해5도 주민 탈출 훈련
기상 상황과 이동 시간 등의 이유로 주민들이 실제로 배를 타고 이동하지는 않았으나 백령도와 연평도에서는 같은 시각 주민들이 선착장까지 대피하는 훈련도 함께 이뤄졌다.

이번 훈련은 2010년 연평도 포격전 이후 처음 진행된 대규모 종합 훈련이다.

그동안은 소규모 연습이나 도상 연습 등으로만 진행됐으나 대응 절차를 강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규모를 확대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북한과 맞닿아 있고, 국가의 주요 핵심 시설이 많은 인천의 지정학적 위험을 늘 상기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시민의 행복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