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만에 상황 종료…동물단체 "마취 시도 먼저 했어야"
2008년 봉화에서 고령으로 옮겨져…그 이전 기록 확인 안돼
열린 뒷문으로 탈출한 암사자…"민가 접근 우려에 사살"(종합)
"암사자 1마리가 우리에서 탈출했습니다.

"
14일 경북 고령군 덕곡면 옥계리 한 목장에서 암사자가 탈출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된 건 오전 7시 23분께.
목장 주인 A씨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목장 관리인이 먹이를 주고 청소하기 위해 사육시설로 들어간 뒤 암사자가 탈출한 사실을 인지했다.

사육시설 뒤편 문은 열려있는 상태였다.

관리인은 목장 주인에게 이 사실을 급히 알렸다.

목장 주인 A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소방 당국에 공조 요청을 했다.

고령군은 급히 목장 주소와 함께 암사자 탈출 소식을 알리는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인근 캠핑장에 머물던 70여명이 덕곡면사무소와 카페로 대피하기도 했다.

암사자 포획에는 소방대원, 경찰관, 고령군 유해야생동물 피해 방지단 소속 엽사 등 159명과 장비 34대가 투입됐다.

암사자는 목장에서 아래 방향으로 15∼20m 떨어진 풀숲에서 발견됐다고 엽사들은 전했다.

목장에서 멀리 도망가지 않고 주변을 배회하거나 앉아 있었다고 한다.

열린 뒷문으로 탈출한 암사자…"민가 접근 우려에 사살"(종합)
김동환 고령군 엽우회 회장은 "수색을 시작한 지 20∼30분 정도 지났을 때 암사자를 발견하고 나와 동료 엽사가 총 2발을 쏴서 사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계 기관이 다 현장에 왔는데 암사자가 맹수이고, 민가로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마취총을 맞더라도 마취가 되는데 시간이 걸리니 사살하기로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경찰도 암사자를 '사살'한 데 대해 현장에서 고령군, 소방 당국 등과 협의해 결정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마취를 시도했다가 실패할 경우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했으며 목장 측의 동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험 동물로 지정돼 있거나 동물이 인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경우 현장 기관의 판단하에 사살을 결정할 수 있다고 대구환경청은 설명했다.

암사자 사체는 대구환경청과 고령군 등이 협의해 처리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마취 시도조차 하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심인섭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대표는 "암사자가 목장 인근에서 발견됐고 위협적인 행동을 했다는 말이 없었던 걸로 봐서는 마취 시도를 먼저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며 "위급상황이 생기면 사살했어도 되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사살된 암사자는 태어난 지 20년가량 지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환경청에 따르면 암사자는 2008년 경북 봉화군에서 고령군으로 옮겨졌고, 당시 원소유주가 대구환경청에 양도 신청을 했다.

이후 암사자는 현재 A씨가 목장을 인수하면서 주인이 최소 3번 바뀌었다.

암사자가 태어난 시기와 수입 경로 등 2008년 이전 기록은 오리무중이다.

암사자가 국제적멸종위기종 2급 개체로 분류된 '판테라 레오(Panthera Leo)' 종인 사실은 확인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2008년 이전 기록은 너무 시간이 많이 흘러서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자는 야생 생물 보호법에 따라 연구 목적이나 동물원에서 전시를 하는 등 명확한 목적이 있는 경우 정식 통관 절차를 거쳐 사육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열린 뒷문으로 탈출한 암사자…"민가 접근 우려에 사살"(종합)
목장 주인 A씨는 "전 주인이 20년 전 이곳을 경영하며 새끼 때부터 길러와 평소에 애교도 부리고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을 정도로 온순했다"고 전했다.

이곳은 현재 1개 건물에 사육시설 2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나머지 1개 동에도 수사자가 살았지만, 목장 주인 A씨가 이곳을 인수하기 전 이미 폐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장 주인 A씨는 "인수 당시 맹수고, 관리 비용이 많이 들어서 환경청에 문의했는데 인수하거나 처리하는 건 곤란하다고 했다"며 "동물원에도 의뢰했지만, 맹수 특성상 서열 다툼이 있을 수 있다며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열린 뒷문으로 탈출한 암사자…"민가 접근 우려에 사살"(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