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 북적' 잠실역 일대 집중순찰…경찰 특별치안활동 일환
검문검색은 이뤄지지 않아…"수상한 거동 없으면 검문 안 해"
전철역엔 경찰·백화점 앞엔 장갑차…"안심" vs "어수선"
토요일인 5일 서울 지하철 잠실역 일대와 인근 롯데백화점에 평소와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주말이면 보통 쇼핑이나 나들이를 하러 나온 시민으로 북적이는 이곳에 곳곳에서 경찰이 눈에 띈 것이다.

잇따른 흉기난동 사건에 시민의 불안감이 커지자 시작된 경찰의 특별치안활동이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잠실역 일대에만 기동대 61명과 경찰특공대 4명이 투입돼 집중 순찰을 했다.

방검복을 입고 3단 진압봉으로 무장한 경찰관들은 2인 1조로 잠실역과 지하상가, 롯데월드타워, 롯데월드몰을 순찰했다.

이들은 쉴 새 없이 잠실역 개찰구를 빠져나오는 시민을 지켜보며 의심스러운 징후가 없는지 살폈다.

시민들이 쇼핑몰 푸드코트를 가득 채우고 점심을 먹는 동안에도 상황 점검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잠실역 일대는 온라인에 잇따르는 '살인 예고' 게시물에도 거론된 곳이다.

지난 3일 온라인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내일 아침 잠실역에서 20명 죽일 거다"라는 글이 올라온 바 있다.

당초 기동대는 방패를 지니고 순찰에 나서려 했으나 시민들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로 방패는 버스 안에 두고 내렸다.

흉기 소지 의심자와 이상 행동자에 대해서는 선별적 검문검색도 가능하지만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2시간 동안 검문검색이 실제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현장에서 순찰하던 경찰은 "현재까지 뚜렷한 거동 수상자를 찾기 어려워 검문검색을 따로 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경찰은 "시민들이 불편과 위화감을 느끼지 않고 안심하면서 외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며 "거동 수상자가 없음에도 무리하게 검문검색을 벌이지는 않으려 한다"고 했다.

전철역엔 경찰·백화점 앞엔 장갑차…"안심" vs "어수선"
순찰 직전에는 기동대원을 상대로 "대상자를 유심히 보고 자연스럽게 대화 유도해 검문하라"는 내용의 매뉴얼 교육이 이뤄졌다.

시민들이 공권력을 믿고 편하게 외출할 수 있도록 순찰 중 휴대전화 이용과 잡담을 자제하라는 당부도 있었다.

오후 4시께부터는 잠실역 2번 출구 앞에 장갑차 1대도 배치됐다.

인파로 붐비는 서울 번화가 한복판에 장갑차가 등장하는 건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다.

롯데물산 측도 폭발물 탐지견을 배치하는 등 자체적으로 경비를 강화했다.

안전요원도 방검복을 입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롯데월드몰에서 친구와 쇼핑하던 김미선(51) 씨는 "잠실역에서도 살인을 예고하는 글이 올라왔다는 소식을 듣고 '오늘 오는 게 맞나' 많이 고민했는데 쫙 깔린 경찰들이 철저히 대비하고 있는 것 같아 안심된다"고 말했다.

롯데월드몰 콘서트홀에 친구와 함께 온 정원(22) 씨도 "'묻지마 흉기난동' 이후 무서워서 최대한 집 안에 박혀있다가 오랜만에 바깥에 나왔다"며 "아직 불안하긴 해도 경찰들이 순찰하는 모습을 보고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었다"고 했다.

전철역엔 경찰·백화점 앞엔 장갑차…"안심" vs "어수선"
반면 경찰 배치를 편치 않게 받아들이는 시민도 있었다.

딸과 쇼핑하던 황미선(54)씨는 "경찰들이 이렇게 대놓고 돌아다닌다고 해서 과연 범죄 예방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고 어수선하기만 하다"고 했다.

경찰의 검문 대책에 대해서도 "결국 인상이 안 좋은 사람들을 콕 집어서 불심검문을 하겠다는 것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부부로 보이는 시민은 "경찰들이 돌아다니니 무섭다"고 속삭이기도 했다.

잇단 흉기난동 사건으로 시민의 불안감이 가중되는 와중에도 이날 백화점이 있는 롯데월드몰은 꽤 북적거렸다.

여름 휴가철이라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손님이 대폭 줄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모습이었다.

경찰은 인파가 밀집하는 광장이나 지하철역·백화점 등을 중심으로 전국 247곳에 경찰관 1만2천여명을 배치해 순찰한다.

다중 밀집지역 43곳에는 소총과 권총으로 이중 무장한 경찰특공대 전술요원 107명도 배치했다.

또 서울 강남역과 부산 서면역 등 '살인 예고' 범행장소로 지목되거나 인파가 몰리는 11곳에는 전술 장갑차를 투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