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들의 향연, 근데 웬 미셸 오바마 초상화?
모든 미술 관련 교양서는 ‘힐링 에세이’와 학술 서적 사이 어딘가에 있다. 전자는 읽기 편하고 마음에 쉽게 와닿지만 내실이 아쉬울 때가 많다. 미술 이야기라고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밖에 없기가 일쑤다. 반 고흐와 폴 고갱의 갈등, 오귀스트 르누아르가 앓았던 관절염처럼. 반면 후자는 내용이 알차지만 재미가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래서 균형을 잘 잡는 게 중요하다.
명화들의 향연, 근데 웬 미셸 오바마 초상화?
<화가들의 마스터피스>는 미술 교양서 중 후자 쪽에 조금 더 무게를 두면서 균형을 비교적 잘 잡은 편에 속한다. 미술사학자인 데브라 N. 맨커프가 썼다. 내용은 작품을 둘러싼 시대적 상황과 흥미로운 일화, 작품이 갖는 의미 등을 중심으로 한다.

예컨대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에 대한 소개는 1930년 이탈리아 정부가 기획한 전시에 작품이 출품된 이야기로 시작한다. 당시 독재자였던 베니토 무솔리니가 자신의 세련된 취향을 홍보하기 위해 전시회를 열었는데, 이게 대히트를 치면서 대표작이었던 비너스의 탄생도 세계적으로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책의 강점은 각 작품에 대한 다방면의 정보가 깔끔한 편집으로 잘 정리돼 있다는 것이다. 기존 한국어 문헌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내용들이 종종 눈에 띄는 점도 매력적이다. 가령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거대한 파도’ 부분에서는 작품이 포함된 판화집 <후지산 36경>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설명돼 있는데, 출판인 니시무라야 요하치가 이 판화집을 기획하면서 인기 소설의 광고란을 통해 사전 홍보 작업을 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명화들의 향연, 근데 웬 미셸 오바마 초상화?
책은 이어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열다섯 송이’, 구스타프 클림트의 ‘황금 옷을 입은 여인’, 프리다 칼로의 ‘가시 목걸이와 벌새가 있는 자화상’ 등 유명한 명작들을 연달아 소개한다. 하지만 마지막 그림이 미국의 전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를 그린 에이미 셰럴드(50)의 초상화 ‘미셸 오바마’인 점은 독자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올해로 50세인 생존 작가를 레오나르도 다빈치,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파블로 피카소 등 미술사에 길이 남을 거장들과 같은 반열에 올린 게 어색해서다.
명화들의 향연, 근데 웬 미셸 오바마 초상화?
오바마는 지금도 활발하게 정치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전직 대통령이다. 그런 인물의 부인 초상을 ‘마스터피스’로 꼽은 건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 이때까지 읽은 책 내용 전반에 저자의 개인적인 정치색과 선호가 영향을 미쳤다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국내 명화를 소개하는 책에서 마지막에 김정숙 여사 혹은 김건희 여사를 그린 초상화를 꼽은 격이니. 책의 내용이 이런 찝찝한 뒷맛을 감수할 정도로 매력적인지는 의문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