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정작 놀라워할 것은 아마도 지구인들이 즐기는 문화생활이 아닐까? 음악을 예를 들면 온갖 희한하게 생긴 악기를 들고 신나게 또는 진지하게 연주를 하며 청중들이 모여서 이를 감상하고 있다. 그리고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박수를 친다. 심지어 이런 희한한 경험을 귀중한 화폐와 교환하고 있다.
지구에서 음악이라는 기상천외한 발명품은 이렇게 상품화되어 생산하고 즐긴다. 하지만 그 이전에 소리라는 원론적인 의미로 더 내려가 보면 단지 음이라는 건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것 이전에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바로 인간이 삶을 유지하고 영위하는 데 필요한 필수적인 조건이다.
예를 들어 사람의 귀가 두 개인 것은 적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게 만든 신의 섭리가 아닌가? 좌/우 두 개의 귀가 있어야 좌/우 소리의 크기, 즉 dB과 소리의 속도차를 인지해 그 소리의 진원지 위치를 뇌가 계산해낼 수 있다. 수렵, 채집 시대에 맹수로부터 도망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병원에서 진찰을 받다보면 MRI 촬영을 해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MRI라는 것이 꽤 피로한 일이다. 자기공명영상(MRI)라는 자장을 발생하는 일종의 자석 통 안에 사람을 들어가게 한 이후 고주파를 발생시키고 수소원자핵을 공명시켜 인체의 각 조직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측정하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이 신호를 컴퓨터를 통해 영상으로 재구성하는데 여러 가지 면에서 불편을 감수해야한다. 작은 기구 안에 들어가서 꼼짝 안하고 있어야하며 소음이 크기 때문에 헤드폰을 끼워주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젠하이저 등 몇몇 헤드폰 메이커들이 MRI용 헤드폰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는데 최근엔 오디지가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오디지는 헤드폰 마니아들에게 있어 가장 진보적인 하이엔드 헤드폰 메이커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평판 마그네틱 방식 헤드폰의 최강자로 평가받는 브랜드. 오디지는 SMRT Image와 협력해 MRI 촬영용 CRBN 헤드폰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오디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 나노 튜브를 내장한 특수 박막 진동판을 개발했고 이를 정정전기력에 응용해 소리를 내도록 고안했다. 이 설계는 오래된 전통적 정전형 스피커에서 사용되던 코팅 방식 진동판의 문제를 해결했다. 더불어 매우 높은 SPL 변환기를 개발한 후 노이즈 신호화 반대되는 신호를 생성해 외부 소음을 효과적으로 감쇄시키는 음향 노이즈 제거(ANC) 시스템도 개발해 내장시켰다.
최근 알고 지내는 후배 의사가 나에게 병원에서 틀어놓을 만한 음악을 추천해달라고 한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가끔 있었는데 무엇보다 그 의도가 항상 궁금했고 돌아오는 대답은 대동소이했다. 치료 전 혹은 치료 중에 환자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안정시켜줄 수 있는 도구로서 음악에 접근한 것이다. 나는 무엇보다 느린 곡으로 그리고 리듬이 크게 변화하지 않는 곡으로 추천했다. 음역대는 무엇보다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많이 겹치는 중역대 위주의 음악을 추천해주었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쇼팽의 ‘녹턴’ 등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결국 시술이나 검사 중 소음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안그래도 최근 치아가 말썽이다. 이제 내년이면 대장 내시경도 받아야한다. 언제나 그렇듯 병원에 가는 일은 생각만 해도 무섭다. 끔찍하다. 내가 언젠가 MRI 검사를 받을 일이 있다면 꼭 위와 같은 헤드폰을 착용하고 싶다. 만일 외계인이 나의 헤드폰을 빼앗아 들어본다면 그것이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조금은 놀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