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10% 돕는데 쓰자는 신조…선한 영향력 전파하고 싶어"
"롤 모델이었던 선배님을 보고 시작한 봉사가 벌써 27년째가 됐네요.
"
동네 주민과 동료들로부터 '따뜻한 경찰관'으로 통하는 경기 성남중원경찰서 대원파출소 이광덕(50) 경위는 오랜 선행의 계기를 묻는 말에 이렇게 회고했다.

당시 선배 경찰관이 평소 업무에 솔선수범을 하는 모습만 하더라도 배울 점이 많았는데, 비번일 때면 외국인 노동자를 찾아가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챙기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경찰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담당 지역을 중심으로 곤경에 처하거나 딱한 사정이 있는 주민이 있는지 유심히 살피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손길을 건넸다.
한 번은 동네의 한 할머니로부터 "우리 손주가 마트에서 물건을 훔쳤다.
우리 집으로 와서 좀 혼내줄 수 있겠느냐"는 신고가 들어와 출동했는데, 신고자가 사정이 딱한 조손가정의 가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눔을 시작했다.
당시 이 할머니는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태에서 6세·3세의 손자 2명을 키우고 있었다고 한다.
이 경위는 주민센터를 통해 해당 가정에 쌀과 라면 등 식료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고,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14년간 매월 10만원씩을 후원했다.

이 경위는 "월급의 10%는 남을 돕는 데 쓰자는 게 생활신조"라며 "돈이야 조금 없더라도 또 벌면 되지 않겠느냐"고 담담하게 말했다.
지역의 홀몸 어르신을 찾아 안부를 묻고,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일도 수시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경위의 '체크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어르신은 총 54명에 이른다.
하지만 대부분 고령이어서 이제 돌아가신 분이 많아 현재는 4명의 홀몸 어르신을 찾아 뵙고 있다고 이 경위는 말했다.
이 경위는 주간·야간·비번·휴무로 돌아가는 파출소 근무 체계에 맞춰 비번에는 상대원1동 복지회관을 찾아 어르신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봉사 활동도 10년 넘게 꾸준히 했다.
식사 준비에서부터 밥 퍼주기, 잔반 처리까지 한 번에 3시간 이상 걸리는 고된 일이었지만, 마음은 언제나 기쁨으로 충만했다.
그러나 불행은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2011년 1월 겨울 어느 날, 교통사고 현장에 출동해 사고를 수습하던 이 경위는 2차 사고를 낸 차량에 치여 오른쪽 다리를 크게 다쳤다.
자칫 다리를 쓰지 못할 수도 있는 위기였지만, 휴직하고 3년 8개월간 13차례에 걸친 수술과 꾸준한 재활 치료로 이 경위는 다시 일어섰고, 2014년 9월 복직했다.
그는 '우측 하지 비골신경 손상'으로 6급 장애 판정을 받았지만, 복직 후 봉사활동에 더욱 매진했다.
사고 당시 받은 합의금 5천만원을 순직·공상 경찰관 가족을 위해 기부했고, 또 한 언론사로부터 받은 영예로운 제복상 상금 1천만원도 같은 목적으로 기부했다.
이 경위는 "나 역시 근무 중 다친 공상 경찰관으로서 순직·공상 경찰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도경 경무계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경찰 가족에게 기부금을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이 경위는 기부·봉사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성남시장 표창과 경기도의회 의장 표창을, 2020년에는 경기도지사 표창을 잇따라 받았다.

인터뷰 내내 자신의 봉사활동 사실을 말하기를 부끄러워했던 이 경위는 "(언론 보도로) 조금이나마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서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예전처럼 활발한 봉사 활동은 하지 못하고 있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주변을 돌아보고, 어려운 이들을 돕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