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LG CNS 대표 지내
박윤영 '정통 KT맨' 꼽혀
차상균 교수, 빅데이터 석학
정치권 인사는 모두 탈락
내달초 최종 후보자 확정

27일 KT 이사회는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김영섭 전 LG CNS 사장,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 부문장(사장), 차상균 서울대 교수 등 3명을 확정했다. 쇼트 리스트에 오른 후보 3명 모두 사외 후보로, 사내 후보는 한 명도 없다. 내부 출신을 후보로 내세웠다가 홍역을 치른 과정을 의식한 결정이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약 3주간 서류 심사 및 화상 인터뷰를 통해 기업경영 전문성, 산업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등을 검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영섭 전 사장은 LG그룹 내에서 재무통으로 꼽히는 구조조정 전문가로 유명하다. 2014년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쳐 2015~2022년 LG CNS 대표를 지냈다. 일각에선 김 전 사장이 대표가 되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면서 조직 쇄신을 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LG유플러스, LG CNS 등에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경험을 쌓은 게 업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순혈주의’가 강한 KT 특성상 LG유플러스 출신이라는 점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박윤영 전 사장은 ‘정통 KT맨’으로 꼽힌다. 과거 KT 대표 선출 때 두 차례 최종 관문까지 갔다가 고배를 마신 ‘삼수생’이다. KT에서 기업부문장으로 일하면서 자율주행과 스마트팩토리 분야의 기반을 닦았다.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ICT 전반 흐름을 꿰고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정부나 여당에서 KT 내부 출신이 대표가 되는 것을 ‘곱게’ 보지 않는다는 것이 약점으로 거론된다.
차상균 교수는 국내 빅데이터 분야 석학으로 인공지능(AI)을 잘 아는 전문가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뒤 회사를 글로벌 기업에 매각한 경험도 있다. KT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은 편으로 알려졌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KT 사외이사를 지냈다.
일각에선 차기 CEO 최종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쇼트 리스트가 나오기 전까지 김 전 사장이나 차 교수에 대해 악의적으로 비판하는 ‘지라시’가 돌기도 했기 때문이다.
KT 이사회의 쇼트 리스트 선정에 대한 KT 안팎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지난해 말부터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이어온 ‘비상경영 체제’가 빠르게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이날 KT 주가는 전날보다 2.4% 오른 2만9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27일 종가(3만6300원)와 비교하면 7개월 새 17.6% 하락한 수준이다. KT 주가는 지난해 12월 28일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당시 CEO였던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반대한 것을 기점으로 크게 하락했다.
KT는 다음달 첫 주에 최종 1인 대표 후보자를 확정한다. 다음달 말 임시 주주총회에서 신임 대표를 선임하는 것이 목표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