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예고' 소동 겹쳐 발길 뚝…상인 "매출 절반 넘게 줄어"
"평소보다 인적이 드물어 공포영화 속 뒷골목을 걷는 오싹한 기분이 드네요.

며칠 전까지 웃고 떠들며 술잔을 나누던 거리라는 생각이 안 듭니다.

"
고향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오랜만에 신림동을 찾았다는 나준석(42)씨는 "누구라도 묻지마 흉기난동의 피해자가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드니 오는 게 꺼림칙했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 인근 골목은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지 나흘이 지난 25일까지도 후유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추모공간에는 조문객들이 놓고 간 조화나 술병 등이 놓여있었다.

첫 번째 피해자가 희생당한 자리에 조화를 두고 가는 시민 발길이 간간이 이어졌다.

그러나 대부분 추모공간이 마련된 골목 입구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지난 24일 오후 11시께는 이곳에서 140여m 떨어진 봉림교 인근 골목에서 누군가 칼을 들고 서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오인신고로 확인됐지만 인근 상인들은 또다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같은 날 디시인사이드 남자연예인갤러리에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살인예고 게시물이 올라오는 등 신림역 일대는 흉흉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안전 우려가 커지자 경찰 기동대원들이 수시로 순찰하며 골목을 살폈다.

시민들은 언제 자신에게도 비극이 닥칠지 모르겠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러 매일 이 골목을 지난다는 김상희(26)씨는 "언제 어디서 똑같은 사고가 반복될지 몰라 매 순간이 무섭다"며 "주변을 더 살펴보게 되고 호신용품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시절 이 골목 안 식당을 자주 방문했다는 직장인 임모(27)씨는 "익숙한 장소에서 이렇게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며 "대낮이라도 신림역 근처는 당분간 무서워서 가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상인들도 눈앞에서 벌어진 끔찍한 범죄에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다.

골목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40)씨는 "원래 가게 문을 열어놓고 영업하는데 오늘은 닫아놨다.

워낙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대낮에 사건을 저지른 만큼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서 두려운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 바로 옆 국밥집에서 일하는 고모(64)씨는 "가게 일을 마치고 퇴근할 때는 누군가 내 뒤를 따라오는 것 같아 오싹할 때가 있다"며 몸서리를 쳤다.

상인들은 당장 먹고살 일이 걱정이다.

족발집을 운영하는 박희춘(73)씨는 100명 정도 들어가는 가게가 텅텅 빈다고 했다.

그는 "매출이 반절 넘게 줄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손님들이 더 줄어 거리가 싸늘해질 것 같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신림역 인근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는 임익선(63)씨는 "조문객 심정도 십분 공감하지만 주변 상인들 생각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