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청주박물관, '이건희 컬렉션' 소개하는 특별전 25일 개막
국보·보물 등 201건 한자리에…충북 풍경·다양한 석조물 주목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평생에 걸쳐 모은 옛 그림과 도자 등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충북 청주에서 열린다.

국립청주박물관은 이달 25일부터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서화, 도자, 금속 공예품 등을 소개하는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를 선보인다고 24일 밝혔다.

광주, 대구에 이어 지역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전시다.

국보,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 18건을 포함해 총 201건 399점의 기증품을 모았다.

전시에서는 '어느 수집가'가 모은 다양한 석조물이 관람객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다.

청주박물관은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 가운데 마을을 지키는 돌장승(벅수), 관복을 갖춰 입은 문인석(文人石) 등 총 459건, 836점의 석조물을 보관·관리해왔다.

전시실 입구와 로비에는 각양각색의 석인상이, 박물관을 둘러싼 야외 정원에는 210여 점에 이르는 다양한 종류의 석조물이 배치돼 독특한 매력을 뽐낸다.

본격적인 전시는 충북 지역을 물씬 느낄 수 있는 그림으로 시작한다.

조선 후기 화가인 윤제홍(1764∼1845 이후)이 단양팔경 중 하나인 구담봉을 그린 '구담봉도', 충북을 대표하는 유학자인 송시열(1607∼1689)의 제자이자 기호학파의 정통 계승자로 꼽히는 권상하(1641∼1721) 초상 등이 공개된다.

두꺼운 다리 모양 때문에 개다리소반으로도 불리는 충주반으로 연출한 공간도 눈에 띈다.

전시를 기획한 김동완 학예연구사는 "충청 지역의 특성과 다양한 석조물을 잘 살려서 배치했다"며 "광주, 대구와는 전시 공간이나 구성에서 다른 점이 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의 수집 여정을 보여주는 '수집가의 다양한 관심' 부분에서는 서화, 도자뿐 아니라 다양한 서책, 불교회화, 공예품 등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과거 '나라의 보물이 될 병'이라는 평가받았지만,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떠돌다가 그 진가를 알아본 이 회장 일가가 수집한 뒤 국보에 오른 '백자 청화 대나무무늬 각병'도 전시된다.

'이건희 컬렉션'을 대표하는 기증품이자 소장품 번호로는 '건희 1'인 겸재 정선(1676-1759)의 '인왕제색도'는 전시 2부 '수집가의 보물' 부분에서 만날 수 있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이 쓴 서예 작품인 '정효자전'도 함께 공개된다.

다만 인왕제색도는 8월 20일까지, 정효자전은 8월 15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이후에는 단원 김홍도(1745∼1806)가 말년에 그렸다고 전하는 보물 '추성부도'(10.11∼29) 등이 나온다.

전시에서는 책장에 서책과 문방구 등을 그려 넣은 그림인 '책가도'를 활용한 진열장도 빼놓을 수 없다.

특정 시대나 사조에 치우치지 않는 여러 유물을 통해 수집의 기쁨을 엿볼 수 있다.

박물관 측은 "오랜 시간에 걸쳐 한 수집가의 안목과 취향으로 모은 수집품을 통해 우리 역사가 만들어낸 명품을 감상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10월 29일까지이며, 사전 예약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