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넘은 부장이 팀 막내"…간판기업 삼성전자에 무슨 일이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마흔 넘은 부장이지만 팀에선 막내입니다. 회식 때 숟가락 놓고, 삼겹살 뒤집어요."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실의 A부장은 몇 달 전 '막내' 자리에서 벗어났다. 올 4~5월 커뮤니케이션실에 2030 직원 4명이 수혈된 결과다. 직전까지 커뮤니케이션실 각 팀의 막내는 40대 차장·부장이었다. 다른 대기업 사정도 비슷하다. 지방 현장의 인력 고령화는 극심한 편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공장 한 부서의 직원 70~80%는 4050세대다. 20대 직원은 드물다. 대기업 인력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24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현대자동차 네이버 등 시가총액 기준 20대 주요 상장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들 기업의 20대 직원수는 13만9843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말에 비해 6.2%(9096명) 줄었다. 2020년 말보다는 2만739명 감소했다. 시가총액 100대 기업 가운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표한 비금융기업 등을 추려 집계한 결과다.

전체 직원수에서 20대 직원이 차지하는 비율도 2020년 28.94%, 2021년 26.86%, 지난해 25.07%로 매년 하락하고 있다. 전체 임직원수가 2020년 55만4905명, 2021년 55만4464명, 2022년 55만7778명으로 들쭉날쭉하는 와중에 20대 직원수만 감소한 것이다.

반면에 50대 직원수·비중은 늘고 있다. 50대 임직원(삼성전자 제외 19개 기업 기준)은 2020년 6만4002명에서 2021년 6만5807명, 지난해 6만8437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마흔 넘은 부장이 팀 막내"…간판기업 삼성전자에 무슨 일이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한국 간판기업인 삼성전자의 고령화는 특히 두드러진다. 2017년만 해도 삼성전자의 20대 직원 비중은 53.6%에 달했다. 2명중 1명 이상이 20대였다. 하지만 갈수록 비중은 줄어 지난해엔 30.8%로 쪼그라 들었다. 같은 기간 20대 직원수는 17만1877명에서 8만3169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SK하이닉스 네이버 등 다른 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20대가 감소하고 50대가 불어나는 추세가 뚜렷했다.

이처럼 대기업의 고령화가 진행된 배경은 크게 세 가지 이유다. 저출산·고령화로 20대 인력이 감소한 결과가 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 인구 비중은 2010년 23.8%에서 2020년 19.9%, 2030년 14.7%로 급격히 감소했다. 삼성을 제외한 주요 대기업의 신입사원 공개채용(공채) 제도가 사라지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만큼 20대 신입사원이 감소했다.

20대 고학력층을 중심으로 대기업보다는 창업·스타트업을 선호하는 현상도 커졌다.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는 2030세대가 늘면서 대기업 선호도가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원들의 고령화가 대기업들의 활력을 갉아먹을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인력 고령화로 인건비부터 급팽창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인건비는 총 37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과 비교해 38.2%(10조4000억원) 불었다. 같은 기간 임직원수가 15.6% 감소한 것과 비교해 인건비는 괄목할 만큼 늘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