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서 쪽방촌 사이에 사랑방 마련해 주민과 활발히 소통
"얼른 대형 운전면허를 따서 레미콘 차를 몰아보고 싶네요.

"
날이 다소 무더운 21일 오전 대구 서구 비산동 주택가.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걸어가다 보면 옹기종기 모여있는 쪽방촌이 나온다.

'월세있음', '달세방' 등이 적힌 때 묻은 안내판 사이에 '사랑방'이라 적힌 조그마한 간판이 눈에 띄었다.

이곳은 서구제일종합사회복지관에서 쪽방촌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 지난 2월부터 운영하는 곳이다.

복지관은 보다 더 많은 사회적 고립 가구와의 접촉을 늘리기 위해 쪽방촌에 직접 거점을 마련했다.

단칸방에 마련한 사랑방에는 쪽방촌 주민들에게 나눠줄 라면이나 치약 같은 각종 식료품과 생활용품이 가득했다.

이곳에서 주 2회마다 물품을 나눠주고 상담도 진행한다고 한다.

신은경 서구제일종합사회복지관 과장은 "복지관까지 오기를 꺼리거나 자기 방을 보여주기 싫어해서 상담을 망설이는 분들이 꽤 많다"며 "아예 쪽방촌 사이로 들어가 사랑방을 운영하니 이전보다 활발히 찾아오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담하겠다는 연락이 30∼40% 늘었다"고 덧붙였다.

한 쪽방촌 주민은 "사랑방이 생기고 전보다 활력이 도는 것 같아 좋다"며 미소를 지었다.

복지관은 단순히 물품을 지원하는 걸 넘어 쪽방촌 주민들이 스스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

복지관은 운전면허를 따거나 도배장판을 배우는 등 자신이 원하는 직업훈련을 배울 수 있게 지원해준다.

이곳에서 만난 쪽방촌 주민 이모(52)씨도 대형 운전면허 필기를 통과해 실기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씨는 "레미콘 차량을 모는 일을 하고 싶어서 준비하고 있다"며 "시험용 차가 낡다 보니 기어가 잘 안 먹혀서 실기 시험에 한 번 떨어졌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저축도 매달 꾸준히 하고 있다.

이곳을 벗어나 더 좋은 집으로 이사 가는 게 목표다"라며 눈을 반짝였다.

25년간 중국집 배달일을 해왔던 그는 사랑방에서 다시 새로운 삶을 꿈꾸고 있었다.

사랑방은 순수 후원으로만 운영하고 있다.

신 과장은 "매달 후원 물품을 채우는 게 쉽지는 않다"며 "그래도 사랑방을 찾아와 물품을 받아 가거나 상담을 하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