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선박 나포·러 전투기 근접비행에 긴장 고조
美, 걸프 해역에 F-35 보낸다…이란·러시아 견제 목적
미국이 이란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중동에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를 파견하기로 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최근 이란이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잇달아 유조선을 나포함에 따라 미군이 F-16 전투기와 A-10 공격기를 사용해 무장 정찰 비행을 한 데 이어 F-35 전투기와 해군 구축함을 이 지역에 보내기로 했다.

여기에 F-16 전투기도 추가로 배치하기로 했다.

최근 걸프 해역에서는 이란군의 민간 선박 나포 시도가 이어지는 등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5일 이란군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 정유업체 셰브런이 운영하는 대형 유조선에 총기 공격을 해 미 해군이 이지스 구축함을 급파했으며 이튿날에는 이란군이 탄자니아 국기를 단 민간 유조선을 나포하기도 했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새로 파견되는 병력이) 중요한 해협을 지키기 위해 이미 그 지역에 있는 자산에 합류한다"며 전투기와 구축함이 이 지역에 얼마나 머무를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 국방부는 최근 몇 년간 전략적 초점을 중국과 러시아로 옮겼고, 현재 중동에 주둔한 미군은 과거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배치됐던 병력의 일부뿐이다.

그러나 최근 이란이 잇달아 유조선을 나포하면서 미 국방부가 일시적으로 병력을 다시 중동으로 보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WSJ은 F-35 전투기가 미국에서 출발해 중동에 도착하면 이 지역에서 미국의 첨단 군사 역량 공백을 메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미군은 세계 최강 전투기로 꼽히는 F-22 랩터를 중동 지역에 배치했었으나, 현재 이들 전투기는 원래 있던 유럽 기지로 돌아가고 있다고 미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했다.

美, 걸프 해역에 F-35 보낸다…이란·러시아 견제 목적
이란 정부는 자국의 조치가 밀수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미군이 이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미국 정부에 이 지역에서 그 어떠한 도발적, 비건설적, 불안정 행동을 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중동에 F-35 등을 파견하는 것은 이란뿐 아니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WSJ은 전했다.

최근 러시아군이 시리아 상공에서 미군 전투기나 무인기의 비행경로를 아슬아슬하게 가로막는 등의 도발을 잇달아 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공군에 따르면 지난 6일 러시아의 SU-35 전투기 3대가 미군 무인기 MQ-9에 근접해 열추적 미사일을 유도하는 플레어를 발사했다.

특히 한 러시아 전투기는 미국 무인기 앞에서 애프터버너(전투기 재연소 장치)를 가동, 속도와 공기압을 크게 끌어올리며 난폭한 기동을 해 무인기의 안전 운행에 영향을 끼쳤다고 미 공군은 밝혔다.

지난 14일에는 러시아의 안토노프-30 정찰기가 시리아의 미군 기지 상공을 여러 차례 왕복 비행하며 정보 수집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3월에는 러시아 수호이(Su)-27 전투기가 흑해 상공 국제 공역에서 미 공군의 정찰용 무인기와 부딪혀 미 무인기가 바다에 불시착하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최근 러시아의 도발이 미국이 이 지역에서 물러나도록 압력을 가하는 의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