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웨이에 선 '심청 아빠'…미디어아트로 다시 태어난 심청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무토·입과손스튜디오 '두 개의 눈'
심학규 주인공으로 심청가 재해석
무대를 런웨이로…파격적 시도 돋보여
심학규 주인공으로 심청가 재해석
무대를 런웨이로…파격적 시도 돋보여
판소리 '심청가'가 전자음악과 미디어아트를 입고 신선한 감각으로 태어났다. '두 개의 눈'은 기존 주인공인 효녀 심청이가 아닌 아버지 심학규의 눈을 따라가며 써내려가는 한 편의 서사시다.
이 작품은 음악가 및 시각 아티스트로 이뤄진 밴드 '무토'와 판소리를 바탕으로 하는 창작 단체 '입과손스튜디오'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앞서 2020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초연한 바 있다. 이번 공연은 약 180석 규모의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선보이는 만큼 기존 대극장 무대와 달리 무대디자인과 연출 등을 새롭게 바꿨다. 심청가를 모티브로 한 음악극이지만 아버지 심학규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새로 썼다. 원작에선 심청의 효심에 가려졌으나 알고 보면 심청 못지 않게 안타까운 인물이 심학규다. 그는 아내를 출산 과정에서 떠나 보냈으며 딸이 본인을 위해 인당수에 빠진 것도 모자라, 재혼한 뺑덕어멈으로부터 버림받는 비극적 캐릭터다. 이 작품은 심학규가 극적으로 딸을 만나 눈을 뜨는 장면으로 시작해, 플래시백으로 과거의 일들을 보여주면서 다시 현재로 오는 구조를 취했다.
심학규의 서사를 보강하기 위해 심청가 원작에 없는 부분도 추가됐다. 부인이 죽고 나서 홀로 남은 심학규가 심청이를 안고 자장가를 부르는 대목과 심청이가 인당수에 빠질 때 절규하는 장면, 뺑덕어멈과 이혼하고 목욕하는 장면에 삽입한 노래 등이다. 이야기도 새롭지만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형식은 더 파격적이다. 무대 디자인부터 특이하다. 마치 패션쇼의 런웨이처럼 가운데 길게 놓인 무대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관객이 마주보고 앉는 형태다. 두명의 고수들이 런웨이 양쪽에 앉아 있고, 무대 끝에서 거문고를 연주한다. 두명의 소리꾼이 런웨이를 나갔다 들어왔다를 반복하며 서사가 전개된다.
미디어아트와 판소리가 낯선 조화를 이룬다. 런웨이 바닥 전체를 비롯해 바닥에서 천장으로 올라가는 벽, 관객 위 스크린 등에 LED를 설치했다. 심학규의 발걸음이 닿는대로 바닥 위의 영상이 움직이는 등 추상적인 형태의 시각 효과가 LED 화면을 가득 채운다. 다소 낯선 조화이긴 하지만 화려한 영상이 오히려 소리와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붉은 레이저가 무대를 가득 둘러싸는 연출은 비장미를 더한다. 볼거리와 들을거리 모두 많은 공연이다. 전자음악과 판소리, LED 화면과 소리꾼의 움직임 등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요소들이 한 곳에 뭉쳐져 있다. 전통음악에 관심이 없더라도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원하는 이에게 추천한다. 공연은 7월 16일까지 서울 동숭동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이 작품은 음악가 및 시각 아티스트로 이뤄진 밴드 '무토'와 판소리를 바탕으로 하는 창작 단체 '입과손스튜디오'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앞서 2020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초연한 바 있다. 이번 공연은 약 180석 규모의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선보이는 만큼 기존 대극장 무대와 달리 무대디자인과 연출 등을 새롭게 바꿨다. 심청가를 모티브로 한 음악극이지만 아버지 심학규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새로 썼다. 원작에선 심청의 효심에 가려졌으나 알고 보면 심청 못지 않게 안타까운 인물이 심학규다. 그는 아내를 출산 과정에서 떠나 보냈으며 딸이 본인을 위해 인당수에 빠진 것도 모자라, 재혼한 뺑덕어멈으로부터 버림받는 비극적 캐릭터다. 이 작품은 심학규가 극적으로 딸을 만나 눈을 뜨는 장면으로 시작해, 플래시백으로 과거의 일들을 보여주면서 다시 현재로 오는 구조를 취했다.
심학규의 서사를 보강하기 위해 심청가 원작에 없는 부분도 추가됐다. 부인이 죽고 나서 홀로 남은 심학규가 심청이를 안고 자장가를 부르는 대목과 심청이가 인당수에 빠질 때 절규하는 장면, 뺑덕어멈과 이혼하고 목욕하는 장면에 삽입한 노래 등이다. 이야기도 새롭지만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형식은 더 파격적이다. 무대 디자인부터 특이하다. 마치 패션쇼의 런웨이처럼 가운데 길게 놓인 무대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관객이 마주보고 앉는 형태다. 두명의 고수들이 런웨이 양쪽에 앉아 있고, 무대 끝에서 거문고를 연주한다. 두명의 소리꾼이 런웨이를 나갔다 들어왔다를 반복하며 서사가 전개된다.
미디어아트와 판소리가 낯선 조화를 이룬다. 런웨이 바닥 전체를 비롯해 바닥에서 천장으로 올라가는 벽, 관객 위 스크린 등에 LED를 설치했다. 심학규의 발걸음이 닿는대로 바닥 위의 영상이 움직이는 등 추상적인 형태의 시각 효과가 LED 화면을 가득 채운다. 다소 낯선 조화이긴 하지만 화려한 영상이 오히려 소리와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붉은 레이저가 무대를 가득 둘러싸는 연출은 비장미를 더한다. 볼거리와 들을거리 모두 많은 공연이다. 전자음악과 판소리, LED 화면과 소리꾼의 움직임 등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요소들이 한 곳에 뭉쳐져 있다. 전통음악에 관심이 없더라도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원하는 이에게 추천한다. 공연은 7월 16일까지 서울 동숭동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