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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회담을 하고 대화와 신뢰 구축 조치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AP·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튀르키예 대통령실과 그리스 총리실은 회담 후 성명을 내고 "최근 몇 달간 양국 관계에 형성된 긍정적인 분위기가 연속성과 일관성을 갖는 것은 두 나라 모두에 이익"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긍정적인 모멘텀을 기반으로 (관계를) 구축하고 앞으로 양국 간 여러 대화 채널을 활성화하기로 합의했다"며 두 정상이 "모든 수준에서 더 빈번한 접촉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2010년 양국 화해를 위해 설치한 고위급 협력위원회 차기 회담을 올가을 그리스 제2의 도시 테살로니키에서 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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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튀르키예와의 관계를 재설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양국 간 문제가 그동안 "마법처럼 해결되진 않았다"며 "하지만 오늘 회담은 그리스와 튀르키예 관계를 재설정하려는 저와 에르도안 대통령의 의도를 확인시켜줬다"고 말했다.
최근 나란히 재선에 성공한 두 사람이 만난 건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두 정상의 이날 회담은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대한 반대를 철회하고 그리스를 포함한 서방 국가들과의 긴장을 낮출 용의가 있음을 시사한 지 하루 만에 열렸다고 AP는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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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는 400년 가까이 튀르키예의 전신인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았으며, 현대 들어서도 양국은 지난 수십년간 에게해 섬 영유권과 영공 침범, 지중해 자원 탐사, 키프로스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영공 침범과 미국산 F-16 전투기 구매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양국 간 회담을 중단했다.
당시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초타키스 총리가 튀르키예에 F-16 전투기를 판매하지 못하게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얼어붙은 양국 관계는 올 2월 대지진이 강타한 튀르키예에 그리스가 먼저 지원의 손길을 내밀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이날 "우리는 새로운 페이지를 넘길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사르 귈레르 튀르키예 국방장관과 니코스 덴디아스 그리스 국방장관도 이날 빌뉴스에서 별도의 회담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모두 미국의 지원을 받아 공군력 강화를 추진 중이다.
튀르키예는 F-16 전투기 구매를, 그리스는 F-35 전투기 프로그램 참여를 각각 희망해왔다고 AP는 전했다.
특히 튀르키예에 대한 F-16 판매에 부정적이었던 미국 의회는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찬성한 것을 전후해 F-16 판매와 관련해 조 바이든 행정부와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