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이들을 위해 생각할 거리가 있는 드라마를 좀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
신인 작가의 데뷔작에 주연으로 나선 68년 차 배우 이순재(88)가 12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tvN 단막극 프로젝트 오프닝(O'PENing) 제작발표회에서 일침을 가했다.
이순재는 "현역 최고령 배우로서 방송국에 부탁할 일이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드라마가 재미만 추구하면 보고 나서 머리에 남는 게 하나도 없다"며 "혼이 담긴 작품들을 좀 만들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요즘 드라마들은 주로 액션물이 많은 것 같아요.
재밌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는 게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주세요.
가족들이 둘러앉아 다 같이 볼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면 시청자들은 돌아옵니다.
"
이순재는 CJ ENM의 신인 작가 지원사업 공모전 '오펜'(O'PEN)에 당선된 단막극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오프닝'에서 '산책'(연출 노영섭·극본 천세은)의 주연으로 극을 이끈다.
자식들이 독립을 선언하고, 아내(선우용여)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독거노인이 된 주인공이 아내가 돌보던 강아지 순둥이를 산책시켜야 하는 성가신 임무를 수행해나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수많은 배우가 우러러보는 '대선배' 이순재가 신인 작가 데뷔작의 주연으로 선뜻 나선 이유는 뭐였을까.
이순재는 "단막극은 연속극과 달리 연출력과 창조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짚었다.
그는 "연속극은 긴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고 소화해야 하므로 연출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은데 단막극은 다르다"며 "이런 단막극 소개 프로그램들은 TV 드라마의 예술성을 되찾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극 중 이순재는 평생 공무원으로 성실하게 근무하다가 은퇴한 82세 노인이다.
따뜻한 속마음과 달리 겉으로는 더없이 무뚝뚝하고 괴팍스러워 자식과의 소통은 고사하고 반찬가게 상인과의 흥정도 만만치 않다.
이순재는 "순재는 혼자 남겨지게 되면서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에 대한 회한을 느끼고, 그런 감정을 천재 강아지를 통해 느끼게 된다"며 "상당히 흥미롭고 독특한 내용의 이야기였다"고 귀띔했다.
'산책'은 오는 13일 티빙에서 전편 공개되고, 16일 오후 10시 40분부터 tvN에서 순차적으로 방송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