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은 10일 열린 간담회에서 "유한양행의 자신감이 글로벌 시장에서 국산 혁신신약의 자부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개발이라는 성과를 기반 삼아 후속 항암 신약 임상에서도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다. 오세웅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부사장)은 "제2, 제 3의 렉라자 등 환자 중심의 항암제를 개발해 사회 공헌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했다.
"HER2·4-1BB 이중항체로 간 독성 부작용 잡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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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문을 연 것은 HER2·4-1BB 표적 이중항체 후보물질인 'YH32367'이다. 단일 항체로 4-1BB 표적의 성과와 한계는 많이 알려졌다. T세포를 활성해 면역 증강에 도움이 되지만 간 독성을 잡지 못했다. 단일 타깃 치료제 개발이 주춤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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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2 표적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꼽히는 엔허투 등 ADC 약물의 한계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ADC 약물은 독성 문제가 있는데 YH32367은 원숭이 동물실험에서 간 독성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지난해부터 한국과 호주에서 임상을 시작했는데 임상에서도 간 독성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동물모델에선 재발암에서도 항암 효과를 확인했다. HER2 저발현 암 동물모델에선 단독 치료군과 PD-1 병용 모델을 활용해 높은 항암 효과를 보였다. 추후 국제 학술대회 등을 통해 구체적 데이터를 공개할 계획이다.
HER2 엑손20, EGFR·4-1BB도 임상 준비중
미개척 영역인 HER2 엑손20 삽입 돌연변이 표적 항암제 'YH42946'도 개발하고 있다. HER2 표적 폐암 중 아직 먹는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분야로, 전체 환자의 2% 정도가 이 돌연변이 환자다.
EGFR·4-1BB 이중 표적 면역항암제 'YH32364'도 기대 중인 후속 치료제다. 대장암 위암에서 많이 발현되는 표적을 활용해 T세포를 활성화하고 암세포는 사멸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동물모델을 활용한 독성시험 단계인 데, 저용량에서도 높은 항암 효과를 확인했다. 2년 뒤 임상시험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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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은 먹는 표적항암제는 정밀의학 기반 환자 맞춤형 치료제로, 바이오약은 이중표적 차세대 면역항암제로 개발하고 있다. 융합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 항암제도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제2, 제3의 렉라자를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오픈이노베이션은 투자보다 후보물질 도입에 초점
이날 유한양행은 오픈이노베이션의 방향도 밝혔다. 과거엔 다른 유망 기업에 투자해 협업하는 방식에 좀더 집중했다. 이를 점차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조 사장은 "그동안 다른 회사의 좋은 파이프라인을 사오거나 협업해 공동개발하는 전략으로 신약 프로그램을 발전시켰다"며 "하지만 협업 투자 모델은 투자를 관리하고 엑시트 하는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바이오 기업에 투자해 협업하는 모델은 기업공개(IPO) 등 상장 전에는 엑시트하기 힘든 데다, IPO 후 엑시트를 하려해도 주가 하락을 우려하는 소액주주 우려 탓에 수익 실현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전략을 수정해 오픈이노베이션 개념을 가져가면서 파이프라인 들여와 개발 등 협업을 하고 나중에 수익을 나눠갖는 구조로 가고 있다"며 "지금은 파이프라인을 사고, 기존 투자회사와 관계를 맺는 단계로 아직 엑시트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렉라자의 후속 임상 등에 대한 계획도 나왔다. 얀센 아비반타맙과의 병용 임상 데이터는 올해 하반기께 결과 분석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임효영 유한양행 임상의학본부 부사장은 "구체적인 임상 상황은 얀센에서 적절한 시점에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렉라자 단독치료제로 해외에 진입하는 방안 등에 대해선 아직 얀센 측과 협의하지 않았다. 조 사장은 "얀센이 아비반타맙 병용 중심으로 임상 전략을 짜고 있어서 렉라자 단독 해외진출 얘기를 꺼내는 것은 다소 시기상조"라며 "내부적으로 돈이 없어서 처방이 어려운 저개발국가는 단독 사용하도록 협의하는 방안은 어떨까 생각하는 정도"라고 했다.
렉라자는 2차 치료제 진입 당시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보다 후발인데도 비슷한 약가를 책정한 바 있다. 일각에선 이 때문에 국산약이지만 약가 이점이 적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에 대해 조 사장은 "세계적으로 렉라자 약가를 가장 먼저 받은 나라가 한국이라 약가가 너무 낮으면 글로벌 판권을 보유한 얀센의 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1차 치료제 약가가 설령 높게 정해지더라도 이익의 상당부분은 사회 환원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도움 되도록 약가를 책정할 것"이라며 "수익이 나면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여러 경로로 사회공헌 활동을 많이 하겠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7월 10일 18시 04분 온라인 <한경 BIO Insight>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