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의 감사원 감사서 지역 선관위 직원 128명 적발…"김영란법 위반"
"선관위 직원들, 선관위원 수당 등으로 해외여행·전별금 수수"
감사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기감사 결과 다수의 지역 선관위 직원이 소속 기관 선관위원으로부터 골프·해외여행 경비를 제공받거나 회의 참석 수당을 관련 경비로 사용하는 등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을 위반했다고 10일 밝혔다.

감사원이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49개 시군구 선관위 중 146개 선관위는 선관위원 회의 참석 수당을 배분하지 않고 총무위원 계좌에 일괄 적립하고 있었다.

비상임인 선관위원은 선거 기간 등에 위원 회의에 참석하면 1인당 6만원씩 수당이 지급되는데, 이를 자체 공통비로 적립해 사용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선관위 소속 A씨는 선관위원 및 위원 지인과 필리핀 보라카이 여행에 동행하면서 적립된 회의 참석 수당과 갹출한 경비에서 총 149만원을 지원받았다.

같은 방식으로 선관위원과 2박 3일 제주도 골프 여행에 동행하면서 경비 139만원을 제공받은 사례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선관위 직원 20명이 해외·골프 여행 경비를 지원받는 방식으로 금품을 수수했고, 그외 89명이 전별금(최소 10만원∼최대 50만원)을, 29명이 명절기념금(최소 10만원∼최대 90만원) 등을 수수했다"고 지적했다.

선관위 총 128명이 사실상 각급 선관위원이 제공한 돈을 받았기 때문에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감사원은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 중앙선관위는 "선관위원은 선관위 직원의 상급 공직자이므로, 직원은 위원으로부터 금품을 금액 제한 없이 수수할 수 있다"고 그간 해석해왔다.

감사원은 이를 임의 해석으로 규정하면서 "공직자는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금품 등을 수수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위원회 업무와 관련 없는 해외·골프 여행에 동행하면서 위원들로부터 경비를 제공받는 것은 공무 수행과 관련 없는 사적 행위"라고 덧붙였다.

감사원은 중앙선관위원장에게 금품 수수자 128명에 대해 자체조사 후 청탁금지법에 따라 위반 사실을 관할 법원에 통보하는 등 적정 조처를 하라고 통보했다.

또 향후 회의참석수당을 특정 1인에게 일괄 지급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소속 직원이 선관위원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는 일이 없도록 관리·감독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촉구했다.

감사원은 중앙선관위가 2013년부터 비상임위원에게 지급한 '공명선거추진활동수당'(위원장에 매월 290만원, 위원 7명에 매월 215만원)도 문제 삼았다.

감사원은 "선관위법이 규정한 실비 보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법을 위반한 수당을 지급하지 말고 관련 규칙을 개정하라고 2019년 8월에 통보했다"며 "중앙선관위는 예우 차원에서 수당을 계속 지급해야 한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감사원 지적 이후에도 해당 규칙을 선관위법에 맞게 개정하거나, 관련 수당의 지급 근거를 마련하려는 노력도 선관위가 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 지적 이후에도 2022월 11월까지 그간 비상임 위원 15명에게 총 6억5천만원을 부당하게 지급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중앙선관위 비상임위원들은 일비(회당 10만원) 및 안건검토수당(안건별 10만원)을 이미 받고 있다.

감사원은 중앙선관위원장에게 관련 수당 지급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관련자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고, 비상임위원에게 실비보상 외에 월정액 등으로 수당을 지급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선관위 직원들, 선관위원 수당 등으로 해외여행·전별금 수수"
감사원의 선관위 대상 감사는 2019년 2월 기관운영감사 이후 4년 만이다.

이번 감사는 선관위의 업무 전반, 예산·회계 분야를 중점 점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0대 대선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태는 대상이 아니었다.

선관위가 지난해 불거진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 당시 감사원 직무감찰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대신에 선관위는 지난해 9월∼11월 실시한 자체감사 결과를 감사원에 보냈다.

선관위는 과거 밝힌 대로 ▲ 확진자 투표수요 예측 부실 ▲ 임시 기표소 투표방식 고수 ▲ 관계기관 협업 미흡 등을 부실관리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감사원은 "자체 감사의 내용이 주요 감사초점을 대부분 반영하고 있어 추가적 감사의 필요성은 낮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배경에 대해 "2019년 이후 매년 공직선거가 실시됐고, 2022년 3월 20대 대선에서 사전투표 부실관리 문제가 대두되는 등 선관위 업무 전반에 대해 점검이 필요해 감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