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프 "집속탄, 3차 대전 의미…민간인 사상 책임져야"
푸틴 최측근 "치매노인 바이든, '핵 아마겟돈' 도발" 맹비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집속탄 지원 방침을 맹비난하고 나섰다고 미국 뉴스위크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날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겨냥해 "그가 모든 자원을 소진하고 나더니 집속탄을 약속했다고 한다"며 "이것이 실제 진행된다면 3차 세계대전을 의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도대체 바이든은 왜 이러나"라며 "그는 심각한 치매를 앓고 있는 병든 노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원색적인 비방을 쏟아냈다.

또 "아니면 그는 우아하게 세상을 뜨기로 결심한, 죽어가는 할아버지일 수도 있다"며 "인류의 절반을 자신과 함께 저세상으로 데려가려고 '핵 아마게돈'을 도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 상황을 성경에서 묘사된 인류 최후의 전쟁, '아마겟돈'에 빗대며 미국이 무차별 살상무기 집속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경우 러시아가 전술핵 카드를 뽑아 들 수 있다며 위협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푸틴 대통령과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상회담을 했을 당시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시키지 말라'는 러시아의 요구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던 것을 끄집어내 "졸리고 노망난 바이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아프가니스탄에서 불명예스럽게 철수했다"며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유럽의 경제를 망쳤다"고 했다.

푸틴 최측근 "치매노인 바이든, '핵 아마겟돈' 도발" 맹비난
푸틴 정권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전쟁의 책임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동유럽 세력확장에 있다고 주장해왔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의 발언은 아프가니스탄 철군에 따른 심각한 혼란, 그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에 쏟아지는 불만스러운 시선을 유럽 전쟁으로 돌리려고 했다는 주장으로 추정된다.

뉴스위크는 이 발언의 경우 무엇을 의미하는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러시아 대통령까지 지낸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안보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전 이후 쏟아져나오는 그의 정제되지 않는 발언을 통해 푸틴 대통령의 속마음을 분석하기도 한다.

이날 앞서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제공하기로 한 결정은 전쟁을 장기화하려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집속탄 제공으로 미국은 우크라이나 땅을 지뢰로 가득 차게 만드는 공범이 될 것이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비롯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책임을 전적으로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포함, 고속기동로켓시스템(HIMARS) 탄약 등 모두 8억달러(약 1조412억원) 규모의 신규 군사 지원을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하나의 폭탄 속에 여러 개의 소형 폭탄이 들어있는 집속탄은 모폭탄이 상공에서 터진 뒤 그 속에 들어있던 자폭탄이 쏟아져 나와 여러 개의 목표물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해 '강철비'라고도 불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CNN 인터뷰에서 집속탄 제공과 관련해 "내 입장에서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동맹을 비롯해 의회와 상의해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엔은 물론 영국, 스페인, 캐나다 등 서방 동맹국에서조차 미국의 결정에 우려 섞인 반대를 표명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