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경력단절 여성만 19만명 달해…복귀 길 터주면 科技 인력난 풀 수 있다"
“과학기술 분야의 심각한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육아 등을 이유로 현장을 떠난 여성 연구자들을 복귀시키는 것입니다.”

문애리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 이사장(사진)은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한국 과학계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WISET는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 공공기관이다. 문 이사장은 작년 11월 취임했다.

문 이사장은 “과기정통부 조사 결과 한국은 심각한 저출산 문제로 인해 2028년까지 자연·공학 계열 전공 과학기술 인재가 적정 수요보다 4만7000명 부족하다”고 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스템반도체, 전기·수소차 등 미래차 분야 부족한 인력 수요는 최대 14만4000명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문 이사장은 임신과 출산, 육아 등을 거치며 현장을 떠난 여성 과학자가 현장에 돌아오게 하는 데 국가 경쟁력이 달렸다고 했다. 그는 “임신과 출산 이후 경력이 중단된 이공계 여성이 18만8000명에 달한다”며 “이들이 연구 현장에 복귀해 정착할 수만 있다면 부족한 인력 수요를 상당 부분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자신의 경험에 기반해 여성 과학자가 겪는 어려움을 설명했다. 서울대 약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생화학·생물리학 박사 과정 중 자녀 임신을 알았다고 했다. 문 이사장은 “임신 사실을 알고도 연구를 위해 납으로 만들어진 앞치마를 두르고 태아에 위험할 수 있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다루는 실험을 하거나 유독한 화학물질을 만져야 했다”고 회상했다. 힘들게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얻었음에도 여성 과학자는 육아 때문에 연구를 중단할 수도 있다는 편견으로 인해 자리를 잡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그는 “후배들은 어려움 없이 연구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WISET에서는 여성 과학기술인 경력 단절 방지 및 경력 복귀 프로그램을 여럿 운영하고 있다. 연구 프로젝트 대체인력 지원 사업, 연구개발 경력 복귀 지원사업 등이다. 올해 11월에는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함께 처음으로 합동 대한민국여성과학기술인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문 이사장은 “혁신적인 일과 가정 양립 정책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 앞으로는 WISET과 같은 재단이 필요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