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매출 1위인 미국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 시대가 저물고 있다. 미국 내 독점권이 사라져 이달부터 후속 바이오시밀러가 대거 시장에 진입하면서다. 국내외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최대 85%까지 할인된 금액을 제시하며 시장 확대에 나섰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미국 파트너사인 오가논은 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인 하드리마를 출시했다고 발표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오가논은 미국에서 구연산염이 없는 고농도(100㎎/mL) 제품과 구연산염이 포함된 저농도(50㎎/mL) 제품 등 두가지를 출시했다.

환자가 2주에 한번 주사로 맞아야 하는 이 약은 한달분인 두개들이 정가가 1038달러로 책정됐다. 휴미라의 한달분 가격이 6922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85% 정도 낮은 금액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오가논이 미국 보험시장 점유율이 높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와 계약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처방약 시장은 CVS헬스, 시그나그룹의 엑스프레스스크립스,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옵텀RX 등 세 곳이 80%를 점유하고 있다.

케빈 알리 오가논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보유 기업 중 올해 PBM과의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한 업체들이 내년 보험시장 진입을 위해 앞으로 6개월 간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PBM 등재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취지다.

통상 오리지널 의약품의 복제약이 출시되면 약값이 크게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보험사의 의약품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 PBM 협상력을 높여주기 위해 제약사들이 할인율을 낮게 책정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국 첫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암제비타를 올해 1월 출시한 암젠은 제품 가격을 오리지널 대비 5% 할인가와 55% 할인가 등 두 종류로 선보였다. 산도스도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인 하이리모즈 가격을 5% 할인가와 81% 할인가 등 두가지로 선보였다.

코헤러스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유심리 약가를 출시 제품 중 가장 낮은 995달러(85% 할인가)로 책정해 이달 중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을 포함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시판허가 받은 제품은 9개에 이른다. 암젠의 암제비타는 1월 31일 출시됐고 하드리마와 하이리모즈, 베링거인겔하임의 실테조가 이달 1일 출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프레제니우스 카비의 이다시오는 출시일이 오는 3일로 정해졌다. 유심리와 셀트리온의 유플라이마, 바이오콘의 훌리오 등도 이달 중 출시될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했다. 화이자의 아브릴라다는 올해 9~10월께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테바와 알보텍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AVT02'는 FDA 시판 허가를 받지 못해 출시 일정이 다소 늦어졌다.

2002년 출시된 휴미라는 류머티즘 관절염, 건선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쓰이는 TNF알파 억제제다. 2012년부터 세계 매출 1위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연 매출은 212억달러(약 28조원)로 애브비의 연 매출(581억달러)의 36.5%를 점유한 효자 제품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7월 2일 15시 20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