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정년을 최대 65세로 늘려달라는 노동조합의 요구에 ‘절대 불가’ 방침을 밝혔다. 신규 채용 감소와 세대 간 일자리 경쟁으로 이어져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노조가 강력 반발하면서 올해 노사 단체교섭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전날 5차 교섭에서 ‘정년 연장’ 안건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노조는 앞서 올해 요구안에 ‘국민연금 수령 나이와 연계한 정년 연장’을 담았다. 최대 65세까지 정년을 늘려달라는 요구다. 사측 대표는 이날 “정년 연장은 절대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노조 측은 “절대 불가하다면 교섭장에 있을 필요가 없다”며 단체로 퇴장했다.

노조는 올해 정년 연장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방침이다. 베이비붐세대의 대규모 정년퇴직으로 조합원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대차 생산직 조합원이 매년 2000명 안팎 정년퇴직함에 따라 노조원은 2019년 약 5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4만400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업계 안팎에선 평균 근속 약 18년, 평균 연봉 약 1억원에 달하는 현대차 노조원이 “5년 더 다니겠다”는 것은 청년실업을 고려하면 과도한 요구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 결과 2013년 정년 60세 법제화 이후 기업의 정년 연장 대상자가 100명 늘어날 때 청년 고용은 평균 22.1명 줄었다.

현대차 노조가 오는 1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정치 파업’에 동참하기로 한 상황에서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것도 황당하다는 반응이 많다. 현대차는 노조의 하루 4시간 파업만으로도 530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동 조건 향상과 아무 관계도 없는 정치 파업에 나서면서 정년을 늘려달라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오히려 인력을 줄이고 있다. 부품 수가 내연기관차 대비 약 30% 적은 전기차로의 급속한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미국 포드는 최소 10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딴판이다. 구조조정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정년퇴직에 따른 자연 감소만 기다리고 있다. 일각에선 고령화에 따라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