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보행로' 등 수직·수평 연계한 보행동선…도심 입체개발 눈길
'노숙자 공원' 재개발해 활성화한 미야시타 파크…오 "장단점 검토"
도쿄 시부야 역세권 간 오세훈…과밀해소·복합개발 해법 모색
도시 개발과 디자인 정책 현장 탐방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마지막 일정으로 도쿄의 대표적 번화가인 시부야역 인근을 둘러봤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전날 시부야역 인근의 고밀도 개발 현장을 찾아 공중 보행로 등 많은 유동 인구에 대응해 도입된 각종 시설을 살폈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부터 최근 김포골드라인으로 대표되는 지하철 혼잡까지 다양한 과밀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유사한 대도시로 평가받는 도쿄의 사례는 일종의 참고자료다.

현장 해설을 맡은 송준환 야마구치대 건축학과 교수는 "이곳은 녹지보다 (과밀 해소를 위한) 수직 공간을 내도록 해 용적률 완화 인센티브를 부여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시부야 역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는 '지하철역으로 들어간다'라기보다는 '또 다른 길로 들어선다'는 느낌을 주는 공간이다.

그중 눈길을 끄는 시설물은 '공중보행로'다.

많은 인파의 이동에 초점을 맞춰 효율을 극대화한 보행 공간으로, 주변에 빼곡하게 늘어선 빌딩들도 모두 지하와 공중보행로를 통해 연결되는 모습이다.

여러 통로는 같은 곳을 향해 이동하는 유동 인구가 서로 다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분산하는 효과를 준다.

출입구와 통로가 여기저기에 있어 지진 등 재난 상황 때 대피도 용이하다.

보행자 흐름을 고려해 건물과 건물 사이에 수평 데크를 설치하고 지하철 출입구와 실내 등 도심 중추(urban core)는 수직으로 연계한 '수직·수평 보행동선'을 구현했다.

시부야역 일대는 대중교통의 거점으로 8개 철도노선 5개 역이 맞물린 곳이다.

여러 노선이 얽힌 철도시설 개선과 주변지 개발사업을 연계해 대규모 역세권 개발이 추진돼왔다.

도쿄 시부야 역세권 간 오세훈…과밀해소·복합개발 해법 모색
다만 유동 인구 분산이라는 목표를 위해 기능을 극대화한 시설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도시 미관과 디자인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점이 지적됐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시야에 들어오는 보행로 구조물은 시부야역 일대가 더 복잡하게 느껴지도록 했고, 투명한 유리를 많이 사용해 빛을 들였지만 여전히 개방감과는 거리가 있었다.

오세훈 시장은 "도시가 굉장히 복잡하고 어두워서 서울은 지양해야 할 디자인"이라며 "어두워지는 것도 문제지만, (보행교) 아래로 상권이 죽어 꼭 필요한 부분에만 설치해야 한다"고 평했다.

서울이 도쿄보다 기후조건이 가혹한 것도 시부야역 일대의 개발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다.

도쿄는 해양성 기후에 서울보다 따뜻한 기온 분포를 보인다.

송 교수는 "도쿄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일주일 남짓"이라며 혹한이 잦은 서울에 유리로 둘러싼 공중보행로처럼 안팎 경계가 모호한 구조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짚었다.

그는 배리어프리(무장애 공간)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도 해결해야 할 점이라며 "시부야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 지상층만으로 감당이 안 돼 데크 만드는 것을 허용했다"고 전했다.

도쿄 시부야 역세권 간 오세훈…과밀해소·복합개발 해법 모색
오 시장은 이후 시부야역 인근의 미야시타 공원을 시찰했다.

노후화한 공영 건물 상부 공원을 민간 투자로 재개발한 뒤 다시 문을 연 복합건축물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1953년 공원 조성이 결정됐고 1966년 지상 주차장과 옥상 공원을 조성했지만 노숙자가 많이 찾아오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가 있던 곳을 미쓰이부동산이 주도해 재정비했다.

2020년 7월 재개원한 이곳은 상업시설과 건물 상부 옥상공원이 어우러져 상업과 체육, 휴식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1∼3층은 상업시설로 사용되며 옥상에는 녹지를 조성해 시민에게 개방했다.

옥상에는 녹지 외에도 스케이트보드장과 축구장, 암벽등반장 등 체육시설과 비치발리볼을 할 수 있는 모래밭이 조성되고 인기 캐릭터 '도라에몽' 조형물도 설치됐다.

다양한 이벤트로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으며 전시와 광고, 체육시설 사용료로 세입도 쏠쏠하다.

미쓰이부동산과 세이부조경이 해당 시설을 30년간 임대해 수익을 낸다.

수익의 50%는 시부야구에 내고 나머지를 운영에 투자하거나 남기는 방식이다.

유동 인구가 많은 역세권 상업지역 중심지구에 민간 투자를 유치해 노후 시설은 재정비하고 관리를 위탁해 지역 명소화에 성공한 사례다.

오 시장은 이런 복합모델을 서울에 '단순 이식'하는 것보다는 '창조적 변용' 내지 장단점 분석에 초점을 맞췄다.

오 시장은 "결국 수익이 나야 민간에서 투자하는 것"이라며 "지하철 8개 노선이 통과하는 교통 요충지인 시부야역 인근이라 수익이 나지만, 서울에 이런 곳은 흔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에 적용할 부분은 당장엔 없겠지만 (이런 개발 방식도) 장단점이 있을 것"이라며 "장단점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