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월가가 기대하는 인플레이션 완화는 아시아의 몫?
월스트리트 따라잡기
무역적자 이어가는 한국. 사진은 부산항 일대. 연합뉴스
무역적자 이어가는 한국. 사진은 부산항 일대. 연합뉴스
미국 월가의 시선이 아시아로 향하고 있다. 주요 아시아 국가들의 무역량 감소 및 수출 가격 하락이 관찰되고 있어서다. 월각 일각에서는 아시아 제품의 수출가격 하락이 글로벌 인플레이션 완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덩달아 증시활황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27일 WSJ(월스트리트 저널)와 CEIC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 5월까지의 이전 12개월간 수출액은 지난 9월 기준 이전 12개월간 수출액과 비교해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은 14%, 싱가포르는 6%, 일본은 4%, 중국은 3% 수출액이 줄어들었다.

수요 감소로 인한 수출 감소가 가격 약세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으로부터의 지난 5월 미국 수입 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6.3%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물가는 2%, 동남아시아 10개국으로부터의 수입물가는 3.7% 하락했다.

수입물가의 하락은 가구, 가전제품, 텔레비전, 스포츠 장비, 컴퓨터, 스마트폰 등 아시아에서 주로 공급되는 미국 내 다양한 상품의 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입 물가 완화가 계속돼, 미국의 고 인플레이션이 잡힌다면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기조가 멈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월가가 향후 아시아발 수입물가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이렇게 되면 최근까지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어진 나스닥 및 S&P500의 상승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아시아의 '물가 완화 역할론'은 단기적 현상일뿐 현재 벌어지고 있는 아시아 내 공급망 갈등은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라고 설명하는 시각도 있다.

코로나 19 이전 중국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글로벌 무역에 편입되면서 상품, 서비스, 노동, 자본 시장이 광범위하게 통합됐고, 글로벌 물가 하락에 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미중 무역 갈등와 같은 탈 세계화 흐름이 관찰되면서 이러한 현상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시아 각국은 베트남 및 인도 등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

또 각국 정부는 자국에 대한 공장 증설 즉 인쇼어링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반도체·친환경 기술 제품 등 전략 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해 투자와 일자리를 국내로 유치하고 있다. 무역 분열이 제조업체의 비용을 증가시켜 결국엔 인플레이션 진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기와 증시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닐 셰어링 런던 캐피탈 이코노믹스 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세계화의 황금기, 그리고 그와 관련된 디스인플레이션 압력은 이제 사라졌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