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이탈 위기'·'곽상도 부자 경제공동체' 규명 작업 속도
곽상도(64) 전 국민의힘 의원의 '50억 뇌물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대장동 사업 공모 당시 하나은행장을 소환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이날 김병호(62) 베트남 HD은행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회장은 하나은행이 '대장동팀'과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구성한 2015년 하나은행장을 지낸 인물이다.

하나·외환은행이 통합한 KEB 하나은행 출범 이후인 2015년 9월부터는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으로 재직했다.

검찰은 김 회장을 상대로 하나은행의 '성남의뜰 이탈 위기'가 실재했는지, 당시 하나금융지주 내부의 의사결정 경위와 곽 전 의원의 영향력 행사 여부 등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 시행사 선정을 놓고 하나은행·대장동팀이 참여한 성남의뜰과 경쟁했던 산업은행 컨소시엄 측 호반건설이 하나은행을 성남의뜰에서 이탈시킨 뒤 자신들 쪽에 합류시키고자 압박했다고 본다.

이에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와해할 위기에 놓이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곽 전 의원에게 하나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부탁해 컨소시엄 와해를 막았고, 그 대가로 곽 전 의원에게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세후 25억원)을 건넸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곽 전 의원 사건 1심 재판부 역시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산업은행과 하나은행을 하나의 컨소시엄으로 합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적은 이익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컨소시엄이 더 많은 이익을 얻도록 하자'고 제안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하나은행의 컨소시엄 이탈 위기가 존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곽 전 의원이 실제로 하나금융지주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곽 전 의원의 알선수재·뇌물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1심 결과에 항소한 검찰은 지난달 김정태 전 회장과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을 연이어 소환조사하며 뇌물 수수의 직접 동기가 되는 '하나은행 이탈 위기'의 실체 규명 작업을 본격화했다.

지난주에는 화천대유 법인 차량 렌트·리스 관련 캐피털 업체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압수수색 하는 등 곽 전 의원과 아들 병채씨의 '경제적 공동체 관계' 입증을 위한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관련자 조사를 마치는대로 곽 전 의원 부자를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곽 전 의원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하나은행에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하거나 어떤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며 "1심 재판에서 관련 자료가 다 제출됐는데도 계속해서 압수수색을 이어가는 검찰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